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동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던 한편 나도 그들처럼 신나게 달리면서 학교를 오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었다.
그래서 어느날 나는 엄마를 설득해서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하나 사달라고 졸랐다.
처음엔 나 역시 과연 내가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긴 시간동안 연습을 거듭하면서 결국 보조바퀴 없이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동신경이 많이 떨어졌던 탓에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무릎과 팔꿈치가 다 까지고 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그런 실패와 좌절을 통해 나는 점점 자전거 타는 법에 익숙해졌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연습 끝에 보조바퀴가 없이도 나는 안정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늘어났다.
국민학교 4학년이 되던 해, 나는 엄마를 다시 졸라 26인치 MTB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번에도 엄마는 나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셨고, 나는 새로운 자전거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중3까지 7년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어도 매일같이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자전거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나의 유일한 자유를 상징하는 도구였다.
자전거와 관련된 일화 하나를 얘기하면,
새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던 첫날, 나는 학급 여자아이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잔뜩 들떠 있었다. 힘껏 페달을 밟으며 학교로 향하던 도중, 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의 충격과 창피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나에게는 큰 망신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망신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하교길에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더랬다.
자전거를 탈 때는 나의 장애가 눈에 띄지 않았고,
친구들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나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자유감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친구들과의 교감도 더 깊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