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일이 매년 같은 주기로 되풀이되는 일의 연속이라지만 결코 익숙해지긴 어렵다. 해마다 달라지는 아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 사고, 어떻게든 해치워야 하는 행정 업무, 달라지는 동료 구성, 잘 되다가도 죽 쑤기를 반복하는 수업, 은근한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하루치 일들을 도장 깨기 하듯 해치우는 데 익숙해진다. 쳇바퀴 같은 삶이란 이런 걸까? 나랄 것이 없어지고 임무 수행만으로 굴러가는 삶이 되어 버렸다. 방학을 탈출구 삼아 한 학기씩 버텨본다. 낯선 곳에 떨어져 새로운 사람과 언어를 감각하는 게 좋다. 호기심에 세포가 열리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조금씩 나를 알아가게 된다.
「혼돈이 머무는 곳, 라오스」(오소희)를 읽고 무작정 떠난 2012년 첫 여행. 와이파이의 의미도 몰랐던 그때, 떠나기 하루 전에 부랴부랴 캐리어를 사고 짐을 꾸렸다. 비행기와 첫날 숙소만 예약하고 무작정 날아갔다. 나란 사람은 낯선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구나. 이리도 세포가 깨어날 줄이야. 베트남,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으로 가고 또 갔다. 고등학교를 끝으로 영어가 필요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어랏! 입에서 영어가 나온다. 서툴지만 영어로 생각을 주고받는 게 꽤 신선했다.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온몸의 세포가 열린다. 즐겁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행복한 고민이 다음 학기를 버티게 해 준다. ‘에이, 방학 말고, 이 참에 해외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해외 생활에 대한 로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무렵,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이 아하! 포인트였다. 핀란드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한국에서 공예를 가르치는 이의 이야기. ‘세상에 학비 없는 나라가 있다니! 심지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언젠가 지나가듯 나를 잘 아는 Y부장님이 유학 휴직을 추천하셨다. 그 말에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걸 꿈꿀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었다. 다른 나라에서 사는 거, 더군다나 유학은 그저 남들 얘기로만 생각했지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미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외국에서의 삶은 내 선택지 밖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경로를 우회한다는 건 상상 밖 영역, 유학 휴직이란 게 있다는 것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된단다. 학비 없는 나라가 있단다. ‘학비 없이 공부가 가능한 나라라면, 괜찮은데?!!!'
핀란드로 가보자. 그곳은 공교육이 엄청 발달한 나라라고 하잖아. 그 비결이 뭔지 알아보자. ‘앞으로 쭉 하게 될 교사라는 일을 보다 오래, 즐겁게 하게 해주는 무언가 비법이 있진 않을까?’ 서른 중반의 내게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그래 가보자! 뭔가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