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장인이 되어 한 땀 한 땀 수놓았던 첫 과제가 다행히 Pass 되었다. 이곳 대학원의 좋은 점은 과제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석사 과정생도 동료 연구자로 대하는 문화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높임말이 없는 영어로 소통하는 덕분인지 교수와 학생 사이가 수평적이다. 첫 과목을 가르친 교수 테일러가 과제 피드백을 받고 싶은 사람은 미리 신청하란다. 이곳은 강제랄 게 없다. 모든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 피드백을 해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 한해 기꺼이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그때의 나, 피드백을 요청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왜냐면 영어로 말해야 하고 상대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썼어야 했으므로. 엉망진창일 게 뻔한 내 글을 다시 대면하기도 두려웠다. ‘Pass면 됐지, 뭘 또 피드백이야~.’라며 안 갈 생각 반, ‘아니, 그래도 피드백은 받아야지, 그래야 나아지지. 눈 질끈 감고 가~’라며 스스로 독려하길 반. 일단 신청을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예정되어 있기도 하고, 지푸라기라도 건지는 심정으로.
결론적으로 테일러의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되었다. “쏭쓰, 중요한 건 영어 그 자체가 아냐. 우리 대부분은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 출신이 아니잖아. 중요한 건 네 생각이야.”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
중요한 건 영어를 잘하고 못하느냐가 아니란다. 무엇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구성할 것인지, 논의의 정도를 얼마나 체계화하느냐가 중요하단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비판적 안목과 해석’이 중요하단다. 물론 학문적 글쓰기의 형식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가, 그 말을 뼈대 삼고 위로 삼아 그 뒤로도 쭉 한 땀 한 땀 과제를 ‘수’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