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그론란트: 물가 비싼 오슬로에서 살아남는 법

by 쏭스

한국도 독일 프랑스와 비교하면 식료품이 꽤 비싼 편인데 노르웨이는 한국의 1.5배 정도, 식빵과 유제품, 고기는 주로 크링쇼 기숙사에 붙어있는 슈퍼마켓 체인 Kiwi에서 산다. 몇 개 산 것도 없는데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늘 상상 이상이다. 물가 비싼 나라에선 과일 먹기도 힘들겠구나 싶다. 다행히 친구들이 그론란트로 장을 보러 가잖다. “거기가 어딘데?” “오슬로 중앙역 근처에 있는 동넨데, 거기 과일이랑 채소 가게가 많아. 엄청 싸.”


그론란트 역에 내리자마자 오고 가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달라진다. 이곳은 이민자 밀집 동네. 터키와 아랍,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과일과 채소, 수입 식료품들을 취급하는 상권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가게가 있다. 그리로 가본다. 가게 밖 벽면 가득 각종 채소와 과일이 고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아시아인, 중동인, 터키인, 백인 등 너 나 할 것 없이 섞여 북새통을 이룬다. 저와 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삶의 최전선에 나온듯한 기세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일주일치 나를 먹여 살릴 과일과 채소를 꼼꼼하게 고른다. 사과와 아보카도, 배추와 당근, 양파를 한가득 사고도 이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 키위와 레마 같은 현지 슈퍼마켓 체인에선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반의반 가격도 안 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에 벌써부터 마음이 배불러진다.


이민자를 위한 식재료 가게는 크게 중동 쪽과 동남아시아 쪽으로 나뉜다. 전자는 터키인들이, 후자는 베트남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둘 다 세대에 걸쳐 뿌리를 내릴 정도로 유럽에서의 오랜 이주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듯하다. 비단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유럽 대다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인지라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라면과 한식. 그래서 향하는 곳은 그론란트의 A마트. 두리안 냄새가 짙게 베인 그곳에 가면 늘 상 웃어주시는 할아버지 사장님이 계신다. 간장과 당면, 국수, 만두, 고추장 등 한식 재료를 산다. 앗! 참기름과 액젓, 국간장, 고춧가루만큼은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주신다. 직접 만드신 거다. 그거면 일 년이 끄떡없다. 다시 A마트로! 신라면과 너구리는 필수 구매템이다. 동남아 라면인 MAMA에 비하면 엄청 비싸다. 한국 가격의 2.5배 정도? 그래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주어야 할 때, 매콤한 라면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배추 겉절이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막힌 내 속을 뻥 뚫어주는 최애 식단이다. 앞으로 남은 생애, 더 이상 라면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이곳에서 라면을 먹었다. 물가 비싼 오슬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면만큼은 먹어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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