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나와 T-bane 역으로 가는 길, 매일 지나치는 그 짧은 길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가 하나 있다. A4 사이즈 반 밖에 되지 않는 그 종이에 Meditation이라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저거 사이비 아냐? 이상한 곳 아냐?’라는 의심 반, 어떻게 하면 마음이 평안해질까 하는 마음 반,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오슬로 시청 옆 상가, 채식 식당이었다. 영업이 끝난 목요일 저녁마다 무료로 명상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도의 어느 구루가 창시한 의자에 앉아서 하는 명상이다. 아마도 가부좌 틀기가 쉽지 않은 서양인 맞춤 수업이 아닐까 한다. 평안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곳 사람들은 조심스럽고 다정했다. 나의 인적 사항을 묻지 않았고, 붙잡지도 막지도 않았다. 일종의 공동체로서 채식 요리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듯했다. 중간중간 여행을 가느라 그 흐름이 끊어졌지만 오래도록 세심하고 다정한 곳으로 기억된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오슬로 중앙역 인근의 티베트 불교 법당이다. 시내 한 복판의 번잡함 속에서도 고요히 제 자리를 밝히고 있는 놀라운 곳이었다. 한 때 불교 교리를 알고 싶어 법당에 다녔던 적이 있던 지라, 그곳이 꽤 친숙하게 느껴졌다. 라다크와 맥그로드간즈에서 만난 티베트 승려들과 그곳 사람들의 신심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놓였다. 라마 승려가 영어로 설법해 주시는 영상을 함께 보며 불공을 드리고 명상을 했다. 108배가 저절로 되는 신기한 곳, 그만큼 마음이 편했나 보다. 폭신한 방석과 향 내음을 맡으며 잠시나마 평안의 시간을 가졌다.
그 법당과 연계된 오슬로 외곽 티베트 불교 사원에도 가보았다. 저벅저벅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눈 쌓인 길을 헤쳐 당도한 사원은 평안한 기운이 한가득 느껴졌다. 드디어 마음 붙일 곳이 생겼다 싶었다. 그랬는데... 또 중간중간 다녔던 여행으로 그 흐름이 끊겨버렸다. 오랜만에 다시 가려니 뭔가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인도식 명상이던 티베트 불교식 명상이던 마음을 돌보고 싶었나 보다. 숨 쉬면서 나를 관찰하면 뭔가의 헛헛함이 조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픈 마음 반, 낯선 땅에서의 적응 시기가 지나니 외롭고 헛헛한 마음이 올라왔나 보다. 내 에너지에 맞는 공간과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그 시절, 여전히 오슬로 땅에서 명상하시며 평안하게 살고들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