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동거와 출산의 부담이 덜한 곳

by 쏭스

캐럴은 고향을 떠나 수도 오슬로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당장 고향으로 가고 싶단다. 파트너 빅터와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처럼 수도 오슬로 집중 현상이 심하지 않다. 캐럴처럼 공부는 오슬로에서 하되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인구의 십 분의 일인 50만 명 정도가 오슬로에 있고, 석유 산업의 중심지 스타방에르와 어업 및 관광 도시 베르겐, 대학 도시 트론헤임에도 꽤 많은 인구가 퍼져있다. 낮은 인구밀도와 산악 지형으로 지방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공식 언어 또한 Bokmål과 Nynorsk 두 개가 있다. 모든 필기 및 구술시험에서 두 언어 모두를 제공한다.


고향에서 만난 캐럴은 뭔가 더 안정적이고 활력 있어 보인다. 전공을 살려 관련 분야에 취업하고 파트너 빅터와 동거하고 있다. 이듬해 그들은 생애 최초로 집을 장만했다며 나를 또다시 초대했다. 언제 그리 돈을 모았냐 물으니 90% 정도의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단다. 1층은 방 2개와 욕실, 2층은 넓은 거실과 부엌, 방 1개와 화장실로 되어 있다. 자그마한 정원까지 있는 근사한 집이다. 대학 졸업 후 1년 만에 집을 샀다는 게 우리 상식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허덕일 우리의 이십 대와 너무나도 다른 상황 아닌가? 대체 뭔 일이지?


알고 보니 이곳에선 취업 후 일정 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은행 대출이 수월하단다. 물론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 자체가 없다는 게 함정, 무상 교육의 나라이니 말이다. 그리고 결혼이 아닌 동거가 보편적이다 보니, ‘신혼부부 우대’와 같은 조건 자체가 없다. 부부가 아닌 파트너십 관계에서도 은행 대출 및 자녀 교육 등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동거하며 살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그들을 보면, 노르웨이가 한국과 다른 사회란 걸 실감하게 된다. 물론 인구밀도와 사회복지 수준이 다르단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동거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지 않고 법적 측면에서 불이익이 없다는 것도 크게 감안할 사항이다.


캐럴은 빨리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드디어 동거 삼 년 만에 딸 레테가 태어났다. 이 나라에서 출산은 매우 환영받는 일이다. 사람이 귀한 사회인지라, 또 하나의 가족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듯하다. 캐럴의 고향 친구들 대부분 자녀가 있다. 이십 대 중반 캐럴이 외려 늦은 편이라니 놀랍다. 베르겐이나 오슬로와 같은 대도시로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기에, 다들 일찍 고향에서 부모가 된다고 한다. 참, 이들 대부분은 결혼이 아닌 동거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법적 권리나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 결혼한 커플과 큰 차이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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