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의 고향에서 만난 그녀의 사람들은 확대된 관계의 집합체 같다. 캐럴의 엄마와 오빠, 동생, 엄마의 전 남자친구, 아빠, 파트너 빅터의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캐럴의 친구 이다와 그의 부모 등 정말 많은 분들을 소개받았다. 다들 흩어지지 않고 그 지역에 거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만난 최고의 인연은 빅터의 할머니, 메타이다. 여든이 넘은 메타는 유독 내게 정을 많이 주셨다. 그녀는 노르웨이어로, 나는 영어로, 간간히 쓰시는 영어와 캐럴의 통역으로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 보다 중요한 표정과 웃음, 따뜻한 접촉으로 오래 만나온 사이인 마냥 마음을 나누었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온 나를 마치 손녀처럼 대해 주신다. 그때만 해도 메타를 만난 것 자체가 노르웨이 경험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 먹고살기 힘들어 미국으로 이주했던 경험이 있으셨던 지라 낯선 나라에서 분투하고 있는 내게 더 마음이 가셨던 걸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려는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손수 코바늘로 뜬 조각보, 크리스마스라고 보내주신 카드와 500 크로네 용돈은 두고두고 내 마음을 적신다. 겨울에 신을 울양말도 직접 짜주시고, 음식도 계속 내어주신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캐럴을 통해 내 안부를 물으신단다. 어쩌면 그녀의 관심과 애정으로 나와 캐럴의 인연도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을 품으면 오래 간직하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마음, 메타로부터 배우는 소중한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