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4만 원 내던 시절
사원 시절 열정 페이인 줄도 모르고 일했다. 평균 15시간 근무하면서 월급은 박봉이었다. 연말 소득 공제하는데 100% 환급을 받았다. 그해 환급받은 세금이 4만 5천 원이었다. 2007년도 일이다.
옆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십만 원 환급받았어?”
나는 속으로 놀랐다.
‘소득이 얼마면 몇십만 원을 환급받을까?’
사회초년생은 궁금했다.
그 생각도 잠시, 경영지원팀장님이 지나가면서 나를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00 전임은 100% 환급받았어.”
이 얘기를 듣고 다들 얼마 환급받았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작은(?) 꿈이 생겼다.
'나도 세금 많이 내면 좋겠다.'
직장인의 가치는 연봉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수시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던 신랑이 놀렸다. 대학원도 나왔는데 너는 우리 학교 졸업생보다 적게 받는다고. 보안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급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땐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연차가 쌓이니 월급도 늘고 그만큼 세금도 늘었다. 세금 내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내가 낸 피 같은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울 뿐인 것이지.
세금 많이 떼어 간다고 우울해질 때 옛날을 떠올려 본다.
앗! 세금 많이 내는 꿈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세금의 많고 적음은 개인차가 있기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현재 많이 내고 있다고 쓴 표현은 과거의 나와 비교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