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사진을 찍을 때 울림의 크기를 결정했던 건,
내가 찍고 있는 카메라의 사양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찍었느냐였다.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의 색깔을 결정했던 건,
내가 쓰고 있는 음향기기의 음질이 아니라 지금 내 감정주파수에 맞는 음악을 선곡할 줄 아느냐였다.
여행을 다닐 때 설렘의 크기를 결정했던 건,
내가 타고 있는 차의 브랜드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였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내 기분을 결정했던 건,
내가 사는 집의 가격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느냐였다.
사람들과 섞였을 때 내 위치를 결정했던 건,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나는 어느만큼의 사람인가였다.
술을 마실 때 다음 날 숙취의 정도를 결정했던 건,
술의 종류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느냐였다.
글을 읽을 때 여운의 길이를 결정했던 건,
누가 쓴 글을 읽고 있는가가 아니라 작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어느 만큼 포개어졌느냐였다.
글을 쓸 때 감정의 밀도를 결정했던 건,
무엇을 쓰고 있는가가 아니라 진심을 어느 만큼 담았느냐였다.
따지고 보면,
모든 건,
이미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