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여행.
2015년 4월.
"후쿠오카 갈래?"
고등학교 선배인 그녀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거기 가도 될까요?"
"응. 좋아."
"그런데 제가 가고 싶은 그 곳이 후쿠오카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시골이에요. 대중 교통은 잘 모르겠으니 차를 렌트할게요."
"그러렴."
나의 제안에 그녀는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꽤 흐른지라 나는 부산,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나는 비교적 일정이 자유로운 사람이고 선배인 그녀는 스케줄이 빡빡한 편이었다.
"그럼 우리 각자 따로 출발해서 하카타에서 만나요."
"그러자, 그럼."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건너간 나는 오전에 하카타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배의 비행기는 오후 출발이었으므로 나는 선배를 기다리는 동안 느긋하게 혼자 여행 온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하카타역에서 미뇽 베이커리의 페스트리를 만났다.
꽤 배가 고팠던 탓에 결국 그 달콤한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나도 줄을 서고야 말았다.
원래 빵을 좋아하는 데다 점심도 먹지 못해서 허기가 진 탓이었다. 미뇽의 달콤한 크로와상 냄새는 견디기 힘든 절대 유혹이었다.
내게 후쿠오카는 처음이 아니다. 여권에 찍힌 일본 입국 도장이 거의 서른 개인데 그 중 스무 개 가량이 이 곳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찍었다. 1년에 서너 번을 방문하던 때도 있을 만큼 후쿠오카는 내게 그 어떤 곳보다 낯익은 여행지였다.
특별히 일본어가 유창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방문하고 종종 써먹다 보니 자연스레 어학 능력이 늘기도 했다.
"일본에 여행을 다녀오면 일본어가 한 두 개씩 늘어."
우스개로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오후 늦게야 그녀가 도착했다. 하카타 국제공항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는 하카타 역까지는 전철로 30분 남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친밀한 선후배 사이로 남아 있다.
그녀는 때때로 내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여행은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 혹은 서로 얼마나 잘 통하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지곤 한다.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거나 제대로 존중할 수 있다면 그것대로 나름의 묘미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끔찍한 여행이라고 기억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꽤 좋은 여행 메이트이다.
렌트카 회사에서 우리가 받은 것은 꽤 새 차였다.
출시되고 주행거리가 1000km 도 되지 않는 신형이었다.
내가 아는 국내에서 제일 작은 차는 마티즈였던지라 그보다 더 작은 차가 신기하기만 했다.
"이거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요?"
걱정스러웠지만 웬걸, 100km/h 의 속력도 문제없었다. 더구나 내부 기기는 전부 터치 스크린이었다.
차량 내부 시스템에 조작 버튼이 없는 게 낯설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것도 금방 적응되었다. 물론 좌우 방향 지시등이나 와이퍼 버튼이 국내에 출시되는 차와는 반대라 완전 헷갈렸다.
핸들이 오른쪽 좌석에 있는 건 금방 적응되었지만 좌우 방향 지시등을 켰을 때 앞에 와이퍼가 돌아가는 건, 이틀 정도가 지나야 겨우 제대로 반응할 수 있었다.(덕분에 한국에 와서 다시 헷갈려서 고생한 건 후일담이다.)
"나는 사세보에 가고 싶어."
선배의 말에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사세보가 되었다.
"사세보에는 왜요?"
"거기 빅맨 버거가 되게 맛있거든."
"아..."
왜 그렇게 난 쉽게 납득해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