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눈물이 났어, 볼리비아 우유니

사진/해뜨기 전 우유니. 두 개의 태양이 맞닿아 있어

by 모래파파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많은 배낭여행자들에게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로망이야. 우유니를 다녀온 사람 중에서 ‘생각보다 별로였다’란 말을 하는 이를 아직 만난 적이 없어. 그만큼 예찬이 넘쳐나는 여행지지. 나 역시 그래. 기행문의 첫 시작을 우유니로 잡은 이유이기도 해. 내 심장에 박힌 우유니에 대한 감상을 털어놓지 않으면 나홀로 떠난 여행 얘기를 시작하기 힘들 것 같아. 일단 우유니를 털어내고 나야 몸 구석구석에 남은 세계 구석구석의 잔상들을 꺼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냥 눈물이 났어

우유니가 ‘다른 데랑 뭐가 달랐는데?’라고 묻는다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어. 보는 순간 그냥 눈물이 났던 곳은 우유니가 처음이었어. 이후로도 없었고.

<우유니를 처음 맞이한 모습. 울고 있었어.>

왜 울었냐고? 알다시피 눈물은 ‘나는’ 거야. 내 의지로 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지프차를 타고 울퉁불퉁 길을 달리는데 멀리서 새하얀 사막이 보이는 순간부터 울컥하더니 눈물이 났어. 그저 여기 내가 있는 게 감격이었던 거 같아.


한 번 터진 눈물샘을 계속 일렁이게 한 건 하늘이었어.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게 다 하늘이었거든.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이 전혀 없으니 하늘이 넓은 줄 새삼 알겠더라고. 나를 중앙에 두고 눈으로 컴퍼스를 그리니 내 머리 위로 반구가 그려져. 수천 년 전에 태어났으면 일상이었을 경험이었지만 서울에 사는 나는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이야. 광활한 자연 앞에 내가 참으로 미약한 존재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지.


<하늘 크다. 그리고 발 밑에도 하늘이….>

여기는 다른 행성인가 천국인가

뭇사람들이 극찬하는 우유니의 명장면은 물이 찬 소금사막에서 보여. 물이 찬 사막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춰. 내 위에 있는 하늘이 내 발 밑에도 펼쳐져. 그렇게 넋 놓고 하늘과 땅을 동시에 거닐다 보면 해가 지기 시작해. 태양도 별 수 없어. 내 위에 태양 하나가 그리고 내 발 밑에 태양 하나가 더.


오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바라본 우유니는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해가 뜨기 전부터 뜨기 직후까지 보는 우유니는 여기가 혹시 천국의 모습인가 하는 착각이 들어. 한낮과 일몰 때 보는 모습이 감격이었다면 일출 때는 뭔가 영롱하달까.

어렴풋이 솟아나는 햇빛의 기운이 달빛과 만나니 세상이 온통 파란색. 땅도 하늘도 파란색. 그러다가 햇빛이 본격적으로 피어오르는 쪽을 보니 세상은 또 온통 하얀색, 땅도 하늘도 하얀색.

하늘도 땅도 파란색
하늘도 땅도 하얀색

언제라도 질투 나는 그 말 “나 지금 우유니에 있어”

우유니를 떠나는 차 안에서 갑자기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 감격적인 풍경을 추억하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요 며칠 본 게 정말 맞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었기에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색다른 감정.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가난한 나라야. 최대 도시라는 라파즈에 가보면 도시의 화려함은 찾기 힘들어. 매연 가득한 도로 위로 부유하는 청년들의 껄렁한 눈빛을 마주할 때면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지지. 볼리비아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을 할 수 있을지도 사실 불투명해. 심지어 이 나라는 바다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나라야.

우유니를 보면서, 바다가 없는 이 나라에 하나님이 하얀 바다를 선물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선물과도 같은 공간이지만 정작 그 나라 사람들보다는 나 같은 여행자들이 그 축복을 누리는 건 미안한 일이지.

우유니를 경험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리워. 아마 평생 그러겠지. 우유니를 다녀온 후로 언제라도 나를 질투 나게 하는 말이 하나 생겼어.


“나 지금 우유니에 있어.”


이 말이야. ‘나 우유니에 갔다 왔어’ 이 말은 그렇게 부럽지 않아. 뭐 나도 갔다 왔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유니에 있는 사람,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났던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을 그 사람의 시간은 그저 부러워. 그래도 언제라도 듣고 싶어. 말해줘.


“나 지금 우유니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