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다중인격이...
이 글을 올리는 2020년 11월 기준 39개월 된 아들과 20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은 어제 얘기일 수도 있고 1년 전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때론 2년째 반복되는 얘기일 수도 있고요.
아이를 갓 낳은 지인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대체 불가능한 행복과 감축 불가능한 고됨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합니다.”
표현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은 차원이 다르다. 감내해야 하는 고됨 역시 그간 알던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 그리고 고됨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번갈아 느끼고 때로는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 변화의 폭이 커지는 듯하다. 그동안 나 스스로는 감정 변화 폭이 크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허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좋은 쪽과 나쁜 쪽 모두 감정 변화의 범위가 커졌다. 변화 주기는 짧아졌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로 설거지할 때다. 오롯이 혼자만의 사색을 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시간이지.(문장에 오타 없다) 그때마다 여러 감정들이 뒤섞임을 느낀다.
세제를 칠할 때면 ‘가족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여기며 물소리 넘어 들리는 아기의 웃음소리에 미소 짓는다. 헹굴 때쯤에는 ‘나는 어디 있는 건가’라며 곱씹기도 한다. 그때 하필 왜 왼쪽 다리는 가려운 건지. 가을 모기인가. 설거지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아기가 운다. 급하게 손을 씻고 달려가 아기를 안는다.
이내 내 품에서 잠드는 아기를 보며 ‘참된 삶의 의미가 여기 있구나’ 싶다. 뭐가 불편했는지 다시 깬 아기가 울며 팔을 꼬집는다. 이제 제법 손가락에 힘이 생겼구나. 뿌듯하다. 근데 아파. 나도 모르게 속삭였다.
“아파... 아빠도 아파..”
뭐야 내가 지금 무슨 얘길 한 거야. 세상 다줘도 아깝지 않을 우리 천사한테.
“미안해. 다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