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올리는 2020년 11월 기준 39개월 된 아들과 20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은 어제 얘기일 수도 있고 1년 전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때론 2년째 반복되는 얘기일 수도 있고요.
첫째 아들을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이를 안고 바라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빠 나를 왜 낳았어?'라고 물으면 뭐라 그러지?"
질문이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답을 정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리한 답은 이렇다.
"난 오래전부터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이 아이를 낳지 않는 삶보다 1이라도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 새 생명을 낳는다는 건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기도 하고 말이야. 실제로 너를 낳고 나서 그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지. 그래서 나만 생각하면 너를 낳지 않을 이유는 없었단다. 이런 상황에서 너를 낳지 않으려면 네가 살아갈 세상이 안 좋은 곳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 조금 힘들어도 재미나게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대답을 정리한 후 바라기는,
저런 질문을 나에게 던질 필요 없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아이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아들은 참 잘 웃었다. 지금도 잘 웃지만 정말 아가 때는 나만 보면 그냥 웃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지구 상에 나를 보기만 해도 웃는 사람은 이 아이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나를 보기만 해도 웃는 건 관두겠지만, 잠시 얼마간이라도 누군가에게 내가 '보기만 해도 미소를 띠게 하는' 존재였다는 사실은 세상을 살면서 꽤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건 많이 힘들다. 일상에 쉼표가 없어진 느낌이다. 물론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겠지만(자주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도 꽤 힘들다. 그래도 행복하다. 아이를 기르다 보니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행복하다'기 보다는 이러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이러이러해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러이러함에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더 절절한 고백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아이를 낳고 느끼는 행복은 꽤 진한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