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 주라

- 0.1평이라도

by hanxs

내 공간을 주라. 꼭 주라

34평 공간 소유에 대해 지분으로 따지면 내 지분은 적어도 50%다. 그런데 심리적 지분은 0.1%도 아닌 것 같다. 안방, 옷방, 아기방으로 명명된 공식 방 세 개가 있다. 그밖에는 세탁실과 다용도실 그리고 드레스룸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 모두 다 자기의 역할과 쓰임이 명확한 영역이라서 달리 사용하기 불가한 곳이다.

처음 새 집으로 이사 올 때는 도시를 처음 가는 시골청년처럼, 서울에 가면 신기한 음식과 극장, 등등 신문물을 접하려고 설렘 가득한 사람의 심정으로 새집을 맡았다. 언질도 있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가면 드레스룸에 중문을 해서 책상 하나 놓고 마음대로 쓰게 해 줄게. 마치 사춘기 아들에게 아이기 하듯이 상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액션플랜을 알려주었다. 내 마음은 애드벌룬처럼 부풀었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이사 오고 출입구에 중문 이야기를 한 참 진행하다가 이런저런 우선순위에서 밀리더니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록 이제는 출입구뿐만 아니라 드레스룸에 중문 이야기는 주라기 공룡이 멸종하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잔불이라도 좀 살려보려고 종종 운을 띄우거나 분위기를 좀 만들라치면 단칼에 싹을 자른다.

"무슨 중문이야, 이 시국에..."

".... 이 시국과 중문의 상관관계는 무엇?이지라는 마음속 생각을 표출하지 않고 "알겠다"라는 짧은 답으로 정서적 반항을 해 본다. 그래 봐야 마땅히 반응이 없다.


회사에서 내 자리는 사무실의 제일 외진 곳에 있다. 출입구에서는 물론이고 내가 있는 근처에 오더라도 나의 존재 유무는 키보드 치는 소리가 아니라면 알기 어렵다. 높은 파티션으로, 외부에서 내가 있고 없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파티션 앞으로 와야만 가능하다. 미어캣처럼 머리를 내밀지 않는 한은 나는 고요히 앉아서 내일을 할 수 있는 요새에 있다.

내 공간에 대한 갈망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있고 싶은 게 아니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실존적 문제다.


어릴 적 만화에 보면 광선이나 로켓을 모두 막아내는 투명 보호막이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보호막이 필요하다. 외부의 어떠한 침투도 막아낼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 말이다.

왜 남자 너만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러게... 왜지?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좌우지간 필요하다.


주라 주라 내 공간, 0.1평만이라도


#공간

#hanxs

#남자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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