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지만 아는 사람

by hanxs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말할 때는 기준이 있다. 나는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직업을 알고 직접 대화를 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아는 사람'으로 친다. 온라인에 친구들은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알 수도 있는 사람'에 더 가깝다. 최근에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그룹이 생겼다. 기본적인 '아는 사람'과 온라인의 '알 수도 있는 사람'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들을 '모르지만 아는 사람'이라고 명명한다.


핸드폰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를 생각해 낸 친구는 천재일 거야라고 칭찬하는 이유가 있다. 바쁜 출근 시간을 빈틈없이 알뜰하게 사용했다는 포만감을 갖게 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선생님께 인도해 주고 차에 오르는 동시에 핸드폰을 뒷 좌석에 앉아있는 아내에게 건넨다. 내가 시동을 걸고 스르르 차를 몰고 나가서 첫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할 때 되면 오른쪽 어깨너머로 핸드폰을 되돌려준다. 별다방에 사이렌 오더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숏 1잔과 아메리카노 숏 1잔 주문을 끝냈다는 신호다. 어린이 집에서 2,3분 남짓의 시간이면 목적지 별다방에 도착한다. 차를 주차하고 매장에 들어가서, 보통은 창가에 있는 둥근 테이블 중 빈 곳에 둥지를 튼다. 직장인들이 많은 매장이라 대게 20번째 내외일 정도로 주문이 많다. 의자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모르는 아는 사람'의 출석 상태를 체크하며 주문한 커피가 나오길 기다린다. 오래지 않아 낭랑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케빈 고객님 주문하신......."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외국인 친구가 한 명 있다. 매장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모서리에 둥근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바른 자세' 그대로를 시연하 듯이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고개도 바르게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를 우리는 '토마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키도 180이 넘고 듬직하고 단단한 모습이 넘어진 아이를 보면 당장에라도 들쳐 메고 병원까지 뛰어서 갈 것 같은 친구다. 다른 한 분은 아침마다 빙그레 이를 살짝 보일 듯 말듯하게 셀카를 찍는 60대가 될 듯 말 듯한 중년 남자분이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뭐 하시는데 아침마다 저렇게 사진을 찍으시나 했더니 나중에 이해가 되었다. 손녀로 보이는 6,7살 아이에게 보내는 사진이다. 나중에 손녀와 같이 바에 앉았는데 태블릿에 영상 보는 손녀를 초승달 눈으로 바라보던 아저씨의 모습이 어찌나 달달하던지, 손녀가 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보는 에머럴드 블루색의 토트백을 가지고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는 '그녀'도 있고 뱅 앤 올릅슨 헤드셋 (베오플레이 H9)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그 남자' 도 있다.


아침에 별다방 매장에 갔는데 매번 보던 사람이 안 보이면 궁금함과 걱정의 중간쯤의 감정이 생긴다. 오늘은 쉬는 날인가? 어디 아픈가?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고 다시 나오면, 상대방은 모르겠지만 나는 괜스레 반갑다.


반가움은 누군가의 '모르지만 아는 사람'으로 등재된 나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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