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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혜 Feb 18. 2024

녹차와 홍차

한약과 역사(3), 세계사와 한약

* 본 글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 AI 생성 이미지로 만들어졌습니다.

 AI 이미지 생성 사이트에 '녹차를 마시는 사람'을 입력하자 일본풍 의상을 입고 찻잔을 손에 들고 있는 캐릭터 이미지 4장이 생성됐습니다. 반면 '홍차를 마시는 사람'을 입력하자 무늬가 새겨진 서양식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 백인 캐릭터 이미지 4장이 생성됐습니다. 

 이처럼 녹차는 동양의 이미지, 홍차는 서양의 이미지입니다. 녹차와 홍차 둘 모두 차나무의 잎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데 어째서 이런 이미지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16세기 유럽과 중국 사이에서는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중국은 푸젠성 바닷길을 통해 차를 수출했습니다. 푸젠성에서는 차를 '테[te]'라고 불렀고 이후 유럽으로 들어와 우리가 알고 있는 '티[ti]'로 바뀌었습니다.

 수확한 잎을 바로 가열하면 산화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해 푸른색을 유지합니다. 이렇게 가열한 잎으로 녹차를 만듭니다. 반면, 잎이 숙성되면 산화효소 작용으로 검붉게 물드는데 이것으로 홍차를 만듭니다. 

 16세기 무렵에 중국에서 유럽으로 차를 운송하는 기간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운송 과정에서 차가 변질되지 않도록 홍차 형태로 만들어 수출했습니다. 그렇게 유럽으로 들어간 차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가격이 매우 높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귀족층이 아니고서야 일상적으로 마실 수 없는 음료였습니다. 고급스러운 찻잔에 담긴 홍차의 이미지는 여기서 시작된 것인 듯합니다.

 차에는 축합형 탄닌인 카테킨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좀 더 세세한 명칭으로는 'epigallocatechin gallate'라고 합니다. 차의 떫은맛의 원인으로 알려진 성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카테킨류가 산화되면 theaflavin(테아플라빈)이라는 성분이 생성되는데 바로 이것이 차가 붉은색을 띠도록 만듭니다. 테아플라빈의 질병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같은 식물일지라도 제조 과정에 따라 또 다른 효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요? 하지만 바꿔 말하면 테아플라빈처럼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성분뿐만 아니라 독성 물질로서 작용하는 성분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한약재를 보관/유통할 때는 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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