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부터 살펴보면, 안드리 셰브첸코는 브라질의 호나우도와 비교될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가진 유럽 최고의 포워드였다. 타고난 골 결정력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발롱도르를 받았다. 셰브첸코의 파트너였던 에르난 크레스포는 아르헨티나 대표 골잡이였다.
미드필더에는 브라질의 카카(2007년 발롱도르 및 피파 올해의 선수상)를 필두로, 우승 청부사 클라렌스 셰도르프(선수 시절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4번 들어 올렸다), 최고의 레지스타 안드레아 피를로, 싸움닭 젠나로 가투소가 포진해있었다.
수비라인이 가장 압도적이다. 파울로 말디니는 올타임 레전드로 추앙받는 선수이고, 알레산드로 네스타는 한 시대를 풍미한 중앙 수비수이다. 여기에 네덜란드의 철벽인 야프 스탐, 브라질의 전설 카푸까지 있으니 상대 공격수는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기겁할만하다.
골키퍼 디다는 앞선 선수들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 A를 대표하는 수문장이었다. 실력을 인정받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다.
설명이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2004~2005 AC밀란 스쿼드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겨우 하나
2004~2005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결국 리버풀 차지였다. 출처 : http://news.tf.co.kr/read/soccer/1240285.htm
역대급 멤버들은 2004~2005 시즌 트로피를 겨우 '하나' 차지했다. 그 대회도 다른 대회와 비교했을 때 인지도가 낮은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직전 시즌 세리에 A 우승팀과 코파 이탈리아 우승팀이 단판으로 경기를 치르는 대회)이다.
결국 트레블의 조건인 자국 리그(세리에 A), 자국 FA컵(코파 이탈리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얻지 못했다.
리그에서는 AC밀란 못지않은 탄탄한 멤버를 보유한 유벤투스에게 우승컵을 내줬다.(유벤투스는 훗날 승부조작 스캔들 ‘칼치오폴리’로 해당 시즌 우승컵을 박탈당했다.)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8강전 리그 중위권팀인 우디네세에게 일격을 맞았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챔피언스리그였다. AC밀란은 박지성, 이영표가 활약했던 PSV 아인트호벤을 꺾고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만났다.
대진표가 확정되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AC밀란의 우승을 예상했다. 비록 결승전에 올랐지만 리버풀은 리그에서 5위를 기록하는 등 전력이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실제 결승전에서 AC밀란은 전반전에만 3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하는 듯했다.
문제는 후반전이었다. 리버풀은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추격골 이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잇달아 2골을 몰아붙였다. 순식간에 3대 3 동점이 됐다. AC밀란은 경기 주도권을 가져가지 위해 여러 번 기회를 만들었지만 번번이 놓쳤다. 그리고 AC밀란은 승부차기에서 리버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훗날 사람들은 이를 '이스탄불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결승전이 열렀던 장소가 터키 이스탄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AC밀란 감독이었던 카를로 안첼로티는 “선수들은 결승전에서 환상적으로 싸워 주었다”며 “패배를 당할 만해서 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영광스럽게 패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