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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 Aug 01. 2020

4강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다

역대급 기적이 연출됐던 2003~2004 유럽 챔피언스리그

코로나19로 멈췄던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8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세계 최고 클럽대항전이 재개되면서 전문가들은 우승팀을 전망하고 있는데, 후보군이 다들 대동소이하다.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유럽 최고의 클럽이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선수단을 보유해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돈을 쓰는 구단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3~2004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예외였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FC 포르투(포르투갈),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 AS모나코(프랑스), 첼시(잉글랜드)     


2003~2004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팀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대진표가 현실화된 것이다.       


4팀 모두 각자의 리그에서 나름의 명성을 쌓아온 구단임은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모든 전문가들이 이들을 우승후보로 꼽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잘 나가는 명문팀과 비교했을 때 선수단 이름값이 확연히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첼시야 당시 구단주로 부임했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적극적인 투자로 나름 유명세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른 클럽들은 그렇지 않았다.


FC 포르투의 데코와 히카르도 카르발류, 데포르티보의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 등 몇몇 선수들의 실력은 출중했다. 다만 모두가 알법한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채운 명문팀들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처럼 보였다.


더욱이 4팀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FC 포르투를 제외하고 3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없다. FC 포르투도 딱 한번(1986~1987)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뿐, 이후 우승 문턱에도 다가서지 못했다.   




리아소르의 기적

2003~2004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AC밀란을 꺾은 데포르티보


FC 포르투 VS 올림피크 리옹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VS AC밀란     AS모나코 VS 레알 마드리드    첼시 VS 아스날      

    

당시 선수 이름값만 고려했을 때 올림피크 리옹,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아스날이 이기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럼에도 4팀 모두 드라마틱하게 '다윗'에게 무릎을 꿇었다.

    

단연 백미는 데포르티보였다. 데포르티보는 1차전 AC밀란 원정에서 4대 1 대패를 당했다. 4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홈에서 실점을 하지 않은 채 3골 이상을 넣어야 했다.(1골이라도 실점했다면 4골 이상을 넣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AC밀란 수비진에는 전설 파울로 말디니와 최정상급 센터백 알레산드로 네스타, 2002 월드컵 브라질 우승의 주역인 카푸가 있었다. 수비진을 보호하는 미드필더에는 싸움닭인 젠나로 가투소가 있었다. 철벽 수비진이 있는 AC밀란을 상대로 3골 이상을 넣는 것은 어렵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이 말했다.    

  

기적은 일어났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데포르티보는 자신들의 홈에서 AC밀란을 4대 0으로 격파했다. 훗날 사람들은 이를 ‘리아소르의 기적’이라고 불렀다.(데포르티보의 홈구장 명칭인 '에스타디오 데 리아소르'에서 본 딴 것이다.)


리아소르의 기적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AS모나코가 레알 마드리드를 쓰러뜨리는 일도 상당히 놀라웠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갈라티고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베스트 11에는 호베르토 카를로스,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도, 라울 등이 버티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 불안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지만 무난히 AS모나코를 꺾을 줄 알았다. 실제 홈에서는 4대 2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AS모나코는 홈에서 3대 1로 승리,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4강 무대를 았다.  


* 많은 축구팬들이 알지만 2003~2004 챔피언스리그는 FC 포르투가 우승을 차지했다.



아탈란타가 우승한다면

아탈란타 BC   출처 : http://d.kbs.co.kr/news/view.do?ncd=4202306

           

2003~2004 시즌이 역대급이었던 만큼 올해 챔스에서 이와 견줄만한 기적이 일어나긴 힘들 것이다. 기본적으로 올 시즌 16강에는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 속한 팀들이 모두 올라왔다.   

   

이탈리아의 아탈란타 BC가 우승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몇 년간 ‘닥공축구’(올해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98골을 넣었다)로 유럽이 주목하는 팀으로 거듭났지만, 챔스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8강에서 파리 생제르맹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홈과 원정이 아닌 포르투갈에서 단판 승부를 치르는 것은 아탈란타 BC에게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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