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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Jul 18. 2024

장마철 굵은 장대비를 맞으면서

사진: 한 율


 상념은 줄곧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지만 때로는 생각이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을 막기도 한다. 생각이 시간과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틀면 기억과 관련된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반대로 시간을 앞서가는 생각들은 이내 불투명한 미래에 가로막혀 나아갈 갈피를 잃 만다.


사진: 한 율


 시간이 지나 마음 안에 품었던 기대와 정반대의 현실과 마주할수록 사람은 점차 깎여간다. 점차 낡아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겉모습, 체력과 같은 외적인 요소보다 자신감, 열정, 꿈과 같이 내적인 요소에서 갉아먹히는 것이 사람을 더욱 지치게 하기 마련이다.


사진: 한 율

 

 예전에는 북적거리는 장소와 적지 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위안을 얻곤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은 점차 멀어지고 혼자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고요한 절간에 들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로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 본다.


사진: 한 율


 굵은 빗방울이 지리하게 이어지는 장마철. 앞을 바라보고 가기에도 벅찬데 지나간 과거를 자꾸만 되돌아보는지 자문하였다. 우산 위로 세찬 빗방울이 끝없이 떨어지고 튀기는 빗물은 바짓단을 적셔 진하게 물들인다.


사진: 한 율


 작은 우산은 끝내 거센 빗줄기를 막지 못했고 우산의 틈 사이로 빗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발의 발등 위로 떨어진 빗방울은 이내 신발 안으로 스며든다. 비에 젖은 청바지는 점차 무거워진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꿉꿉한 발걸음을 이끌며 삶의 방향에 대한 물음을 뼈저리게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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