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음악 작업기 (1)

코레아트, 나의 음악 이야기

by 한 율
코레아트 - 빨강머리 앤 앨범 커버


코레아트 - 빨강머리 앤 노래 링크


노래 가사)


내 외국인 친구 미들네임 Кокпит


새해 무렵 모스크바에서 연락 왔지


뭐 하고 지내냐는 말에 나는 멈칫


거울을 쳐다보니 어느새 아저씨


꿈을 깨기 싫어 과거 속에 밀어놓은 뒤


기억 속의 언덕길로 달음박질


밀려버린 동네 사라진 살던 집


그때 같이 놀던 친구 이름 기억도 안 나지만


숨바꼭질하듯 눈을 감지


숨바꼭질하듯 눈을 감지


코레아트 - 빨강머리 앤 앨범 커버

추억의 빨강머리 앤


어린이였을 때는 어른이 되어 이룰 꿈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어른이 된 후로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추억의 빨강머리 앤. 어른이 된 이후에 다시 본 만화의 장면들은 어렸을 때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앤의 대사들 중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고 지내는 것들을 다시 깨우치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노키 - 빨강머리 앤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작년부터 시작한 작업. 꼬맹이였던 시절의 기억들을 인스를 들으며 차례대로 불러오기 시작했다. 가물가물한 유년시절 기억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일기를 쓰듯 지나간 시절을 나열하였다. 특정한 장면들을 이어 붙이고, 중심이 되는 단어들을 뽑아가며 가사로 만들다.


코레아트 - 빨강머리 앤 앨범 커버


빨강머리 앤 음악 작업기


얼기설기 기억을 차례대로 이어 붙여 펼쳐놓은 뒤, 최근의 순간들과 교차시켜 보았다. 문득 새해 무렵, 외국인 친구에게 온 안부 연락이 떠올랐다. 친구는 업무 차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안부와 근황을 물었다. 친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과 제각기 달라진 삶의 속도를 체감하였다.


사진: 한 율(Coreart)


기억 속의 동네

이러한 기억을 어린 시절의 과거와 교차시켜 노래를 만들었다. 기억은 미화되어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추억으로 남은 장소는 현재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가 본 어린 시절의 동네는 기억과 사뭇 달랐다. 어릴 적 뛰어다니던 골목길과 낮은 높이의 집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한 풍경을 직접 마주하고 돌아서자, 어린 시절의 풍경은 오직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 한 율(Coreart)


Snippet


모종의 상실감을 안고 노래 가사를 써 내려갔다. 옛날에 경험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가다 보니, 과거의 기억들을 반추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까마득한 기억은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할수록 오히려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버리거나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노래의 후렴 부분에 '숨바꼭질하듯 눈을 감지'라는 라인을 넣었다. 숨바꼭질을 할 때처럼 적절한 멜로디를 만들어 불렀다.


이번에 공개한 곡은 빨강머리 앤의 snippet으로 다른 노래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길이로 구성되었다. 확장된 버전의 녹음은 모두 마쳤으며 현재 추가된 부분들에 대한 후작업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관련된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나중에 확장된 버전으로 다시 공개할 예정이다. 겨울밤, 빨강머리 앤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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