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여는 일이
이렇게까지 떨릴 수 있는 일인지
은하는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천천히 타이핑을 시작했다.
“시우 씨,
혹시 아직…
제가 말을 걸어도 괜찮을까요?”
단 한 문장이었다.
그 어떤 수식도 붙이지 않았다.
그 안엔 오래 눌러두었던 진심이 다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보내기’를 눌렀다.
숨도 참지 않은 채,
단단히 눌렀다.
한편, 시우는 그 시간
공연 이후 짧은 휴식을 보내며
다음 앨범의 데모를 정리하고 있었다.
새로운 노래들 사이,
그의 메일함에 하나의 도착 알림이 떴다.
고래책방이 아닌—
정은하.
그는 메일을 클릭하기 전부터
자신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짧은 한 줄을 읽었다.
“시우 씨,
혹시 아직…
제가 말을 걸어도 괜찮을까요?”
그는 바로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곧장 그가 늘 좋아하던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대신,
직접 말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날 밤,
그는 그녀에게 하나의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주 금요일,
카페 ‘노을’ 오후 4시.
당신의 자리를 하나 비워둘게요.
오셔도,
말 걸지 않아도 괜찮아요.
단지… 와준다면 좋겠어요.”
금요일.
은하는 이른 오후,
그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이름을 부를 때의 떨림이 있었지만
이번엔 돌아서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열고,
그가 비워둔 창가 자리로 향했다.
그는 이미 와 있었고,
그녀를 보자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은하 씨.”
“안녕하세요, 시우 씨.”
이번엔
화면 너머도 아니고,
노래 가사도 아니고,
닉네임도 아닌—
진짜 말로 건넨 인사였다.
둘 사이엔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창밖으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
잔잔한 음악,
그리고 조금씩 따뜻해지는 눈빛.
시우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날 공연에… 와주셨죠.”
은하는 놀란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 자리에…
당신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이요?”
“말은 조용하지만,
마음이 아주 크고 다정한 사람.”
은하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말한 듯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
익명에서 시작된 계절은
드디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다시 말을 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때때로 사랑이 시작되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그 질문에
같은 계절 속에서
같은 답을 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