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공연장 가장 뒷줄
왼쪽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무대 조명은 밝았지만
관객석은 어두워서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지금은… 아직 아니다.’
그 말이 자꾸 마음속에서 반복됐다.
그의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진짜 얼굴이
그가 상상해온 사람과 다를까 봐.
무대 위의 시우는
조용히 기타를 튕기며
말을 아꼈다.
첫 곡이 끝난 뒤, 그는
낯익은 멜로디를 시작하며 말했다.
“이 곡은…
언젠가 제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던 사람을 생각하며 썼어요.”
“지금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은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노래는 분명,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대 위의 시우를
온전히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더 말랐고,
조명이 닿은 머리카락이 은빛처럼 부드러웠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은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그를… 눈으로 기억했다.
공연이 끝나고,
시우는 악기와 장비를 정리하던 중
한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객석을 훑던 그 순간,
딱 한 번,
왼쪽 끝 줄 어두운 공간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시선은 확실히…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혹시… 그녀였을까?’
그날 밤.
은하는 방에 돌아와
불을 끄지도 않은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귓가에는 여전히
그가 불렀던 노래가 맴돌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무대 위 그가 떠올랐다.
그는 처음보다 더 선명했고,
그 선명함이 은하를 흔들었다.
그녀는 결국
노트북을 켰다.
메일함을 열고
마우스를 ‘새 메일’ 버튼에 올렸다.
아무 말도 적지 못한 채
그저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는 더 이상
그저 듣는 사람으로 남을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