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하 님께,
이 노래는 당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부르며 시작합니다.’
그 문장이 쓰인 메모지를
은하는 책상 위에 세워 두었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놓여 있었지만,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머릿속에 반복 재생되었다.
“은하야.”
두 글자가,
어쩌면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문장보다
깊게 남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름을 들었을 땐 분명히 설렜는데,
며칠이 지나자 오히려 조용한 불안이 밀려왔다.
‘그렇게 가까워졌는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된 걸까?’
그날 오후.
은하는 커피숍 테이블 한켠에 앉아
출판사 일정 확인 메일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한 이름을 보게 됐다.
[게스트 신청 – 한시우 / 북카페 라이브 & 토크 콘서트 제안]
손끝이 멈췄다.
그가 오는 거였다.
바로 이 도시로.
바로 그녀가 앉아 있는 이 거리로.
“직접… 오는구나.”
시우는 몇 주 전부터
슬쩍 흘려들었던 ‘고래책방 지역 힌트’를 바탕으로
소속사와 북카페 기획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놓은 상태였다.
“그 사람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 공간에 노래를 놓고 싶었어요.”
그는 말했다.
“만약 그녀가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니까요.”
며칠 후,
시우의 북카페 토크콘서트 예고가
작은 출판업계 블로그를 통해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은하는
평소보다 더 조용해졌다.
‘가면… 안 될까?’
‘아니면, 그냥 멀리서 볼까?’
이름을 들은 뒤,
그 이름을 직접 부르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마주한다는 건,
예상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콘서트 당일.
은하는 오랜만에 립스틱을 꺼내 들었다.
진한 색은 아니었지만,
거울 앞에서 손이 떨렸다.
“정은하,
너… 이제 어떤 말부터 꺼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공연장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찾듯 천천히 눈을 움직이던 시우는
하늘색 셔츠를 입은 관객 한 명을 스쳐봤다.
하지만 그녀가 그 사람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그도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주보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