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의 지배자 하오빛, 글자 속으로

ep8. 분노의 화산, 폭주하는 용암

by 하오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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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빛은 며칠 전부터 라디오 게시판을 채운 사연들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층간 소음에 대한 폭력, 주차 시비로 인한 충돌,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온라인에서의 맹목적인 비난까지. 사회는 점점 더 작은 불씨에도 활활 타오르는 화약고처럼 변해가는 듯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신경질과 짜증이 서려 있었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분노’라는 형용사가 마치 붉은 용암처럼 지표면을 뚫고 솟아오르고 있는 듯했다.


그날 밤, 하오빛은 잠자리에 들기 전, 자신마저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답답함과 울분을 느꼈다.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감정이었다. 그 감정들을 마주하듯, 그는 의식적으로 이데아의 저편으로 자신을 이끌었다.


눈을 떴을 때, 하오빛은 발밑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에 서 있었다. 사방은 붉고 검은 바위와 재로 뒤덮여 있었고, 멀리 서는 맹렬한 굉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거대한 활화산이었다. 화산의 정상에서는 시뻘건 용암이 끓어오르며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용암은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 이곳이 바로 ‘분노의 화산’ 임을 하오빛은 직감했다. 인간의 억눌리고 폭발하는 모든 분노가 응축되어 형성된 공간이었다.


화산의 공기는 뜨겁고 답답했으며, 재와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면은 끊임없이 진동했고, 간헐적으로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며 붉은 용암이 솟아올랐다. 하오빛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불쾌감과 짜증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공간 자체가 그의 분노를 자극하는 듯했다.


그때, 화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섬뜩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부숴! 파괴해! 참을 필요 없어!” 그것은 통제 불능의 ‘격정의 속삭임’이었다. 속삭임은 점차 커지더니, 화산 정상에서 솟아나는 용암의 흐름이 더욱 거세졌다. 용암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산 아래로 빠르게 흘러내렸다.


용암이 굳어 형성된 검은 바위들 사이에서 거대한 존재들이 깨어났다. 불꽃과 검은 재로 이루어진 몸체를 가진 거인들. 그것은 ‘격정의 용암괴물’이었다. 용암괴물들은 뜨거운 용암을 내뿜으며 하오빛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맹렬한 분노의 기운은 하오빛의 이성을 마비시키려는 듯했다.


“이건... 통제 불능이야!”


하오빛은 몸을 피하려 했지만, 용암괴물들은 생각보다 빠르고 맹렬하게 그를 추격했다. 그들이 내뿜는 용암에 스치면, 그의 마음속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그는 ‘끈기의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나침반의 바늘은 맹렬하게 흔들렸지만, 화산의 가장 깊숙한 곳, 용암이 끓어오르는 분화구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이 이 화산의 핵심일 터였다. 하오빛은 ‘공감의 수정 방패’를 사용해 용암괴물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방패에 닿은 용암괴물들은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주춤했지만, 그들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맹렬한 용암 공격은 방패마저 녹일 듯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용암괴물들을 피하며 분화구를 향해 나아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격정의 속삭임’이 더욱 강렬하게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다 망가뜨려! 네 분노를 폭발시켜!’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는 끓어오르는 시뻘건 용암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호수 중앙에서는 분노의 에너지가 용오름처럼 솟아오르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심장이 불규칙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평정심의 결정’이었다. 이 결정이 분노의 용암에 완전히 잠식되면, 현실의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맹목적인 분노에 휩싸일 것이라는 섬뜩한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용암괴물 한 마리가 포효하며 하오빛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피할 새도 없이 용암괴물의 뜨거운 주먹에 강타당했다. 몸이 날아가 바위에 부딪히자, 극심한 통증과 함께 의식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 나는 분노의 지배자가 될 수 없어. 분노를 통제해야 해.’


그는 라디오에서 수없이 외쳤던 말들을 떠올렸다. ‘화는 스스로를 태운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그의 내면에서 ‘침착함’과 ‘이성적인 통제’라는 단단한 관념이 솟아났다.


그 침착함이 그의 손에 모이자, 작고 푸른빛을 내는 ‘조율의 추’가 나타났다. 이것은 균형을 잡아주고, 과도한 감정을 조율하는 이데아 아이템이었다. 하오빛은 망설이지 않고 ‘조율의 추’를 끓어오르는 용암 호수 중앙의 ‘평정심의 결정’을 향해 던졌다.


추가 용암에 닿자,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용암의 맹렬한 기세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끓어오르던 용암 호수는 서서히 붉은빛을 잃고 차분한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용암괴물들은 힘을 잃고 바위처럼 굳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화산의 격렬한 진동도 멈추고, 하늘을 뒤덮었던 재와 유황 연기도 걷히기 시작했다. 거대했던 화산은 이전에 비해 훨씬 평화롭고 고요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격정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고 안정된 기운이 감돌았다.


의식이 현실로 돌아온 하오빛은 침대에 누워 심호흡을 했다. 온몸의 근육이 욱신거렸지만, 그의 마음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평온했다. 아침 뉴스는 여전히 갈등과 분노에 대한 소식을 전했지만, 그의 귀에는 이제 맹목적인 비난 대신,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오빛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치 거친 감정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긴 듯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제 알았다. ‘분노’라는 형용사가 얼마나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는지.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지녔는지도 깨달았다. 그는 그 균형을 잡는 '형용사의 지배자'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데아의 저편에서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관념의 공간이 하오빛을 기다리고 있을까?


형용사의 지배자 하오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