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행복해요! 엄마라서 행복해요???
나는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농구가 한창 붐이었던 1994년. 연세대 농구부를 보러 연대 캠퍼스 체육관까지 다녀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농구를 보러간 게 아니라 연세대 농구부 오~빠~를 보러간 거였다...^^;;
2002년 월드컵 때도 축구 경기 자체의 관심보다는
함께 어울려 응원하며 맥주 한잔 먹는 재미로 축구를 보았고~^^
친구들을 따라 야구경기장을 딱 한번 가봤었는데, 경기 내용 보다는 큰 전광판으로 잘 생긴 선수가 나오길래 계속 그 선수만 찾아 보았었다.
이렇게 나는 스포츠에 별로 관심도 흥미도 없이 살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축구장 옆에 딱 붙어 앉아 1시간 20분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 어느 프로축구보다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보았는데.... 바로 아들의 첫 축구 수업날이었기 때문이다.
3월 봄기운을 예상하고 적당히 따뜻하게 입고 나갔는데...꽃샘추위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여서 중무장을 하고 올 껄 하고 후회하며 자리를 지켰다.
자식이 뭔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 오묘하고 끈끈한 자식에 대한 감정... 사랑과 의무감....
정말 너~무 추워서 차있는 주차장으로 가고 싶었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첫 수업이라 엄마가 경기장 옆에 있는지 없는지
자꾸 확인하는 일곱살 아들을 두고 돌아서기에는...
칼바람이 그리 쎄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다....!
정말 추웠다.
외투 안쪽에 입은 상의 조끼를 벗어 다리를 감싸며 바람을 막고~
3월 봄기운을 느끼며 예쁘게 메고 나간 스카프를 풀러 칭칭 목에 메었다.
아~~~~~~진짜 추웠다~!!!!!
풋샬구장 옆 벤치에는 나처럼 추위를 견뎌내며 아들을 응원하는 다른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아~오~~~ 이거 시트콤에 나올법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며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자식이 뭔지~
이 추위에 자리를 못뜨고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앉아서 아들의 수업 내용을 지켜보고 앉아있다니.
그런데 그 것도 나만 그러는게 아니라 그 수업을 듣는 아이 엄마들 대부분이 그 추위에 버티고 있다니... !
이 모습을 보며 이 시대 엄마들 삶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들과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대학나와서 회사에 취업해 내가 벌어 내가 쓰던 그런... 나름 배우고 일하던 여성들이...
엄마라는 역할을 맡고나서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자식 스케줄에 내 시간을 통제하고
로드매니저처럼 아이들 픽업하고
수업시간 밖에서 기다리며 아깝게 시간을 보내며
아침 등원과 하원후 취침전까지 미친×처럼 바삐 보내고...
우린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호칭을 덤으로 얻었다.
이렇게 아이들 낳고 집에서 아이만 봐야하는 삶을 살 줄 알았다면
나는 유아교육과나 가정관리과 또는 조리학과 등
육아나 살림과 연관된 전공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긴... 워낙 육아와 살림에 손재주가 부족하여 관련 학과를 갔어도 제대로 공부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ㅠㅠ
어쨌든...
이렇게 시간의 흐름속에...
우리는...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내 시간 내 일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래도 이런 희망이라도 품은 엄마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희망이라도 품고 이 지치는 시기를 버텨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나는 소망해본다.
나처럼 엄마가 되어 일을 놓친 사람들이 다시금 자기 일을 찾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내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런 사회가 되기를...
난 딸이 없다.
그래도 바래본다.
훗날 미래 우리네 딸들이 사는 사회는 변하기를...
미래에는 여자가 엄마가 된다고 해서 변하는 삶이 되지는 않기를 ...
아이를 낳으면
그냥 아줌마로 살아야만 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