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의 서사화와 정당화된 惡

by 박감독

영화 '조커' 뷰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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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으로 캐릭터화 된 조커를 다시금 호명한 토드 필립스의 <조커>(2019) 역시 악의 서사화에 동참하여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입니다. 특히 <조커>는 슈퍼 히어로인 배트맨에 대적해온 조커가 왜 빌런(villain)이 되었는지를 재 구성하며 전례 없던 방식으로 조커를 서사화 합니다. 그 결과<조커>는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였으며 DC와 마블 코믹스 작품 중 최초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미학적 완성도를 입증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범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을 우상화 한다는 점에서 ‘유해한 쓰레기(As social commentary, “Joker” is pernicious garbage.)’ 등으로 비판받았습니다. 토드 필립스의<조커>는 영화로서의 미학적 성취와 사회·윤리적 당위 사이에서 상이한 평가를 받으며 예술로서 영화가 악을 서사화할때 어느 정도로 사회·윤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영화는 시대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재구성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영화가 인간과 세계를 적절하게 재현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특히<조커>는 그동안 미디어가 범죄자를 악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또 다른 권력을 부여한 수많은 사례를 상기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조커>를 논리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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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통해 강조하였듯 악은 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 에게서만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을 통해 발현됩니다. 전 인류와 모든 문화권에서 악이 존속했기 때문에 타인의 육체와 정신을 착취하고 존재를 무화하는 괴물성은 크기와 실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인간에 내재된 보편적 속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은 멀리해야 하지만 동시에 친근한 대상이 됩니다. 그러한 데다가 악은 금기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조커>는 일종의 불문율을 깨고 아서 플렉이 빌런 조커로 각성하게 되는 원인과 과정 자체를 서사의 중심에 놓습니다. ‘조커의 광기에 가려진 한 인간의 고통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토드 필립스 감독의 말처럼 <조커>는 조커의 악행을 재현 하는데 큰 관심이 없으며 ‘무엇이 평범한 인간을 빌런으로 만들었는가?’를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그 결과 <조커>는 코믹스 기반 영화들 중 빌런의 배경을 가장 세밀하게 조명한 전례 없는 영화가 되어 빌런에 관한 새로운 악의 서사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조커>가 빌런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악이 연민과 환호의 대상일 수 있다는 시선을 견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그동안 슈퍼 히어로물이 빌런을 재현하면서 암묵적으로 빗겨나간 방식입니다. 따라서 악의 서사화와 관련하여 <조커>가 새로운 방식으로 빌런을 재현하고자 한 이유가 무엇이며 그 결과가 어떠한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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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는 유약한 백인 남성 아서 플렉이 희대의 빌런 조커로 각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제시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가정·사회적 문제를 부여합니다. 이렇게 적치된 다양한 문제들은 빌런 이전의 조커를 연민할 수밖에 없는 자리로 이끌고 아서 플렉의 분노를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조커>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중이 공감할 만한 사회적 문제를 조커 각성의 근거로 삽입하는데, 조커가 타락한 자본주의 시스템과 권력자들에 의해 농락 당한 희생자라는 사실을 수시로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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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자극하려면 문화 속에 각인된 불안을 드러내야 합니다.

<조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다수가 공감할만한 사회적 문제를 악의 토대로 제시하면서 감상자의 불안을 자극하고 이 알리바이에 기대어 또 다른 공포를 생산해 냅니다. <조커>는 ‘조커’라는 빌런을 정당화하면서 사회 혐오를 범죄로 표출하는 인셀을 옹호할만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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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영화 <조커2>가 제작이 확정됐습니다. 감독은 역시 토드 필립스 이고 주연 역시 호아킨 피닉스 이며 제목은 '조커 : 폴리 듀(Joker : Folie Deux)입니다. Folie Deux는 공유 정신병 장애 즉 가족 등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 장애를 가진 병을 뜻한다고 합니다. 1편처럼 아서 플렉의 정신 장애를 기본 바탕에 두고 2편은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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