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말하는 연습 영상을 올렸고, 한 케냐인이 응원의 DM을 보냈다.
케냐에서 온 DM을 기점으로 나는 그제야 내가 소비해 온 글로벌 트렌드나 핀터레스트 무드가 모두 북미-백인-여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내가 처음 뉴욕에 갔을 때 미디어에서 본 것보다 훨씬 다인종이라 놀랐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셜미디어도 결국 미디어라 현실을 왜곡한다.
첫 번째 단상,
'인스타를 부스트업 시키려면 페북을 연동시켜야 한다’ 라고는 말하는데, 이 로직이 한국에서도 꽤 유효한 전제인지 궁금해졌다. 나와 맞팔 중인 LA의 한 백인 가정주부는 페북에 올리는 게시물이 뷰수가 더 잘 나오며 동시에 인스타 계정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미국에서 사용률 1위이며, 성비가 거의 동등하지만, 3040 여성의 비율이 1위였다. (페이스북이 아직 1위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주변인 근황을 확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인은 주로 주변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페북을 이용한다. 국내 페이스북은 4050 이상의 남성들이 주이며 네트워킹 때문이라기보단 정치담론 위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인스타그램 역시 여성이 더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관의 연동이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는 오디언스이다. 단순히 한 플랫폼에 더 올리기 때문에 Reach가 늘어났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상호 간에 유입이 유효한 구성인가, 에 대한 의문이다.
두 번째 단상,
메타는 'We Care Who You Are', 틱톡은 'We Don't Care Who You Are'
플랫폼이 돌아가는 로직에 플랫폼 창업자의 성향과 철학이 묻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가 소셜미디어 중 보수적인 편인 것은 이미 역사가 오래되었고, 그에 따른 온갖 스캠과 가짜뉴스에 대한 글로벌적인 책임감 소재가 있기도 하지만 애초에 마크 주커버그는 모르는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신뢰할 수 있는(또는 검증할 수 있는 사람만) 골라서 네트워킹하고자 탄생한 것이 페북이었다. 메타의 높은 광고 타겟팅 적중률은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위기감을 느꼈는지, 관심사 위주로 알고리즘을 변경한다고 한다. 물론 이용자가 '나 이런 거 관심 있어요'하고 일일이 눌러 그들의 알고리즘 개선 속도에 부스트를 달아주어야 한다.)
반면 틱톡은 테무가 흥하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아시아)은 많이 쓰고, 많이 팔면 그만이다. 이를 위해 초기 크리에이터를 적극 지원하고, 앱 전체를 넛지로 가득하게 설계를 해두었다. 재미있는 건 메타의 최대 광고주가 테무라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결국 미국으로 돈이 흐른다. 틱톡이 금지당해도 테무는 금지 당할일이 없을 것이다. 틱톡을 규제하는 근거들 중 일부를 테무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단순히 플랫폼이냐 쇼핑브랜드냐의 문제는 아니다.
세 번째 단상, 위와 같은 이유로 + 그리고 실제로 검증된 광고 단가 차이의 이유로(유튜브의 경우 같은 1천 회 조회수여도 북미 유튜버가 동남아 유튜버보다 많이 번다.) 소셜미디어 세계에서도 영어가 모국어인 북미 거주 백인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밴쿠버에 사는 한 백인 여성이 자기는 ‘파리나 비엔나처럼 에스테틱한 도시에 사는 privilege 함이 없으며 뷰티 제품을 사기에는 돈도 없다’며 고백하는 영상을 마주했다.
그녀의 소셜미디어의 ‘내 관심사’는 얼마나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고 있을지. 나는 얼마나 왜곡된 세상을 보고 있을지.
영어 계정을 시작하고 나서 내 인스타 추천 탭은 여전히 백인만 뜬다. 내가 백인만 팔로 했나 싶어 (아니지만) 억지로 흑인 여성들을 찾아 팔로 했고, 추천 탭이 어떻게 바뀔지 좀 더 지켜볼 예정이다. 팔로우가 많은 흑인 여성들은 대부분 백인 여성들에 비해 성적 매력을 강조한 프로필을 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카디비가 했다는 "야한 가사를 써야만 니들이 들어주잖아"라는 항변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