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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11. 2021

스트레스는 나를 키우는 선물이다.

스트레스는 나쁘지 않다.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으시나요?


"엄마, 앵무새들이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스트레스받아서 빨리 죽으면 어떻게 해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앵무새들을 키우며, 가끔씩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애기를 다루는 것처럼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조심조심 다루는 모습이 참 기특하기도 합니다. 한편, 조그마한 자극에도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제 마음은 친정엄마가 (자기 아이만 너무 과보호하는) 딸에게 느끼는 심정이 이럴까 싶더군요.


제가 이 지점에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이겁니다. 아이들은 아마도 <스트레스 = 해로운 것>, <스트레스받는 것 = 빨리 죽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그런 말을 들으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행여나 쌍둥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좋은 것들만 주고 싶었고, 좋은 영향만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습니다만) 아이들을 상전처럼 모시면서, 친정엄마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엄마, 그렇게 하면 애들이 스트레스받잖아. 그렇게 좀 하지 마."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길 바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애를 썼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히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가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스트레스는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이자 긍정적인 자원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롭지 않다.


1998년 미국에서 3만 명의 성인 대상으로 아주 유명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대상들에게 두 가지의 질문을 한 후에, 그들을 8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고 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대상들이 받은 두 가지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1. 작년 한 해 동안 경험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나요?

2.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나요?

 

8년 뒤 3만 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사망자를 추적했는데, 아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43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트레스 수치가 높다고 대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었던' 사람들만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했지만,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지 않은' 사람들은 사망 확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심지어 이들은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기록한 사람들 보다도 사망위험이 낮았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믿음이 결합될 때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해를 입힌다는 것이죠. 즉, 스트레스가 위험한 경우는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고 있을 때뿐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스트레스는 나에게 해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준다라는 관점을 갖는다면 스트레스로 인해 위험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에이, 설마 스트레스가 해롭지 않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드나요? 어쩌면 우리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정보를 무수히 접하면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해롭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에 따라 신체의 반응(호르몬 분비)이 달라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신체의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앨리야 크럼이라는 분입니다. 그는 스트레스 유발 상황(모의 취업 면접)을 통해 신체 반응(호르몬 분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했습니다.


테스트 전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했던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A그룹은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영향(스트레스가 건강과 행복, 업무수행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에 대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B그룹은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훈련된 면접관에 의해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었고, 테스트 중에 시험관에 뱉은 침으로 호르몬의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검사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일컬어지는 코르티솔은 동일하게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DHEA는 A그룹에서 훨씬 더 많이 분비됐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에 대해 교육을 받은 A그룹은 회복력을 높이는 호르몬의 분비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 기능을 억제시킨다. 코르티솔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DHEA는 불안감, 우울증, 심장질환을 비롯해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질병들의 발생 비율을 감소시킨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력에 높여준다.)
코르티솔 대비 DHEA 호르몬 비율을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성장지수라고 부른다. 성장지수가 높아지면, 다시 말해 DHEA수치가 올라가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관점)이 실제적으로 신체의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이 글을 작성하면서 솔직히 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브런치 창을 하나 더 열고 작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초반부만 작성했던 창을 (최신 글인 줄 알고) 저장하면서 작업한 내용의 반 이상을 날려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헐~ 지금 스트레스에 대한 글을 적는 중인데, 제대로 걸려들었네요.


아무리 창을 다시 열어도 이 글의 서두 부분만 작성된 초안이 딱! 멘붕이 왔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 상황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을 수밖에요. (이런 된장을 외치며) 처음부터 여기까지 적고 있는 중입니다. 스트레스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요. 나쁜 영향을 주었을까요. 시간을 많이 허비한 건 사실이지만 힘을 빼앗아가진 않은 것 같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아들러 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삶을 결정하는 것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이다." 우리의 경험이 아닌 경험에 부여한 의미와 해석이 자기 자신과 삶을 만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스트레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에게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이 달라질 겁니다.


스트레스는 독이고, 피해야 할 적이다라는 관점을 가진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반면, 스트레스는 나에게 힘을 주는 에너지다라는 관점을 가진다면,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스트레스는 우리가 성장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무수히 넘어가야 할 허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피하지 않고 허들을 넘다 보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훨씬 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나를 키우는 선물이다.


스트레스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크고 작은 스트레스와 함께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그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셨나요? 회사에서 힘들게 하는 사람을 상대해야 했나요? 고객의 진상질에 고통스러웠나요? 집에서 아이들의 성화에 힘들었나요? 해야 하는 일의 무게와 압박에 휘둘렸나요? 어렵고 번거로운 도전과제를 완수해야 했나요?


스트레스는 고통스러운 자극이기에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나를 키우는 스파링 파트너 정도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사실 외부의 자극보다 내면의 저항이 더 큰 고통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에 맞서 싸우고 이겨낸다는 마음보다 그것을 포용하고 자원으로 삼아서 활용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에너지를 준다.

스트레스는 내 안에 능력을 키워준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강하게 해 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많이 성장한다.

스트레스는 나를 키우는 선물이다.




오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스트레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것에 집착하는 생각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스트레스에 저항하기보다는 자원으로 삼아서 활용하려는 마음을 먹어보자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우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이 삶이라는 서핑을 좀 더 능숙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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