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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05. 2021

브런치 글쓰기 시작점을 찍으며...

쓰고는 싶었지만 쓰지 못했습니다.

쓰고는 싶었지만 쓰지 못했습니다. 


작년 8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이제야 다시 써보겠다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글 쓰는 게 쉽지 않은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글쓰기에 재능 따위 일도 없는 사람입니다.


글쓰기 하면 떠오르는 건 고작 대학교 다닐 때 썼던 리포트였습니다. 여기저기 논문과 책들을 참고해 오리고 붙이고 짜깁기를 하면서 어렵사리 리포트 하나를 완성하곤 했습니다. 리포트 한 편을 쓰기 위해 무려 한 달의 시간을 쩔쩔매곤 했습니다. 그렇게 애를 썼지만 매번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임에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고, 계속해서 글을 쓰기 위해 작년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책을 썼다고 무조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토해내듯 책을 집필하고선 다시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저로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그렇다면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부럽고 신기해하곤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남편입니다. 남편은 생각과 동시에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엄청난 재주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말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말을 글로 옮기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자기만의 오롯한 시간과 충분한 집중 그리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분명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좀 어눌하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내가 강사가 되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저절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고, 남들 앞에 서는 일을 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부끄러움이 많고, 밖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안으로 수렴하는 성격인 저는 결코 말주변이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 vs 말을 잘하는 사람


누군가 그러더군요. 글로 쓰는 게 더 쉬운 사람이 있고, 말로 하는 게 더 쉬운 사람이 있다고요. 만약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앞에서 글 쓰는 사람과도 거리가 멀고, 말주변도 별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는 더 잘하는 게 있겠지요? 


저는 말 보다 글이 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글이 쉽다'라고 보다는 '말이 좀 더 어렵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되돌릴 수 없지만, 글은 쓰고 나서 몇 번이고 다시 고쳐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자꾸만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말도 조금은 더 잘하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거든요. 글을 쓰면서 비로소 헝클어져 있던 나의 생각을 만나고, 조금씩이나마 정돈 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내가 나누고 싶은 메시지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글재주나 말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아니더라도 글을 쓰다 보니 '필력이 좀 생겼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있고, '말도 제법 하는구나'라고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말이든 글이든 결국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글 쓰는 게 어려웠던 이유는?


먼저,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게 왜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난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등등. 나라는 사람과 나의 생각에 대해 관심을 갖고 표현해보지 못했습니다. 


부모의 기대와 요구대로 착한 아이가 되었고, 사회의 기준과 잣대대로 나를 규격화시켰습니다. 그렇게 성인이 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에 '맴맴' 하고 맴돌 뿐 그것을 글로 끄집어내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나의 목소리를 되찾는 일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글을 많이 써보지도 않은 채 잘 써야 된다는 욕심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안 써본 사람이 자기 수준을 몰라 욕심만 부리게 되는 꼴입니다. 남들이 써놓은 글은 볼 수 있기에 눈만 높아졌습니다. 정작 글을 써야 할 때 힘이 들어가서 한 문장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프리 라이팅 글을 쓰면서 터득한 것이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허접한 글을 많이 써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힘 빼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프리 라이팅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참 더 허접한 글을 많이 채워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며


'나에게도 브런치 독자분들이 생길까? 어떤 분들이 내 글을 읽어줄까? 나는 어떤 분들에게 공감과 영향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거지?'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별로 없더라도 꾸준히 글을 써볼 수 있겠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뭔가 '스스로에게 올가미를 묶어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심 3일이 될지언정 오늘부터 30일의 브런치 글쓰기 챌린지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려고 합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그것은 아마 한 달의 시간이 흐른 후에 알 수 있겠죠. 


한 달의 시간 후에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후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스스로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만약, 작심 3일이 되었다면 포기한 시점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라도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마는 심정을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브런치를 통해 쓰고 싶은 글들의 주제와 세부 목차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큰 주제는 코로나 시대의 육아, 나를 사랑하는 법, 불안과 마주하기, 일상에 보물을 캐내는 글쓰기, 부모교육 칼럼, 마음성장 칼럼 등입니다. (와! 이건 뭐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욕심이 앞서네요.) 


이 많은 주제들 중에 한 달 동안 몇 가지 매거진에 착수하고 만들 수 있는지는 아직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싶어요. 한 달 후에 솔직한 리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물론 한 달이 끝이 아니길 바랍니다. 괜찮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최근에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너무나 솔직하고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글들에 반하곤 했습니다. 뭔가를 꾸미고 덧대어 치장하지 않은 솔직함에 공감이 되었고 마음이 일렁일렁~ 움직이더군요.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브런치의 글과 블로그의 글은 그 색깔과 지향하는 바가 너무나 달라요. 정말 순수하게 글을 쓰고픈 분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분들에게 제가 아는 한 최고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브런치가 말입니다.


우선 바로 공개가 되지 않는 브런치의 시스템도 묘하게 끌리는 점입니다. (제가 약속을 했다는 걸 누가 확인할 수 있으려나?)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하는 작가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쓰기 시작하세요. 솔직하게 자신을 담아서 써보세요."입니다. 이 마음을 먹기까지 저는 몇 달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브런치 작가다운,,, 그에 앞서 가장 나다운 솔직한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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