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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27. 2021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짜 놀이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까?


부모는 놀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못 놀았다고 한다.


준희는 피아노와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있다. 학습지 선생님이 오셔서 10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TV를 보는 등 거의 놀면서 보냈다. 엄마가 잠잘 준비를 시작하자 준희는 오늘 많이 못 놀았다며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준희 엄마는 아이가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고, 미술을 좋아하기에 놀았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활체육을 함께 하기에, 스트레스도 풀고 놀러 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작 10여분 정도 학습지를 한 거 빼고는 하루 종일 놀면서 보낸 것 같다. 그런데도 아이는 못 놀았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혁이 부모는 다음 주말엔 또 어디에 놀러 갔다 올 것인지 고민스럽다. 휴일에 쉬고 싶지만 아이를 위해 각종 박물관이나 전시회, 동물원 또는 놀이동산에 다녀온다.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아이도 지루해하기 때문에, 가급적 한 번씩은 야외에서 놀고 오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혁이는 놀지 못했다고 말한다. 특히 부모와 함께 놀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니 엄마도 아이와 잘 놀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다. 아이와 놀기 위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각종 미술 놀이, 블록놀이, 숫자놀이, 퍼즐놀이 등을 돌아가면서 준비한다. 그런데 주니는 처음에 놀이를 시작할 때와 달리 이내 싫증을 내며 딴지를 건다. 색칠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엄마한테 해달라고 징징거리기 일쑤다. 퍼즐도 하다가 잘 안된다고 울면서 떼를 쓰기 시작한다.


혁이 부모는 당황스럽다 못해서 억울한 심정이 든다. 그렇게 휴일도 반납하고 애를 썼는데, 아이는 놀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더 이상 어떻게 놀아야 할 것인지 어렵기만 하다. 주니 엄마도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놀이친구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도 엄마도 놀이를 즐기지 못해 노는 게 점점 노동이 된 것 같다.


그렇게 놀았으면서 아이들은 왜 못 놀았다고 하는 걸까?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아이들은 진짜 놀이를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놀지 못했다며 아우성을 친다면 그건 아이 말이 맞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진짜 놀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학원에서 재미있게 수업을 했더라도 그건 놀이가 아닌 학습이다. 체험활동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입장에서 진짜 놀이는 아이 마음대로 주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가 직접 놀이를 선택할 수 있고, 그만두는 것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진짜 놀이다.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놀이를 따라가는 건 진짜 놀이가 되지 못한다. 부모가 한 발 앞서서 어디에 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놀이를 주도하면서 아이를 끌어들인다면 아이는 놀이의 주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들은 때때로 조금밖에 놀지 못했다면서 시위를 하곤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 부족하게 놀았다고 뭘 그렇게까지 억울해하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놀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놀이운동가인 편해문 씨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잘 놀지 못하는 아이는 있지만, 놀이 욕구가 없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제대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놀이가 바로 아이들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자신을 표현한다. 놀이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몰입한다.


놀이 욕구를 충분히 해소한 아이들은 건강하고 조화롭게 성장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발달하고 성장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놀지 못한 아이는 탈이 난다. 신체 발달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긴다.


부모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큼 놀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놀지 못한 아이는 대가를 치른다.


찬이는 생후 19개월에 혼자 알파벳을 땠다. 그런 찬이를 보며 욕심이 생긴 엄마는 어린 찬이를 붙잡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영어책과 영어 비디오를 달고 사는 찬이가 기특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어는 늘지 않고, 우리말까지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 3살 어린 동생보다 말이 늦어지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은 찬이는 조음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누나나 동생은 물론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았다.


준이는 만 4살이 되기 전에 한글과 알파벳을 깨우쳤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보다 퍼즐을 맞추거나 교구를 가지고 놀았던 준이는 일곱 살이 되자 다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어려운 활동이 주어지면 방해하거나 떼쓰고 물러나버리는 행동을 보였다. 충동을 억제하거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찬이와 준이와 같은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 되면 전국에 소아정신과가 들썩인다고 할 정도로 성수기를 맞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원인은 바로 정서가 발달해야 할 시기에 학습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영특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들은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갖는다. 영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보다 빠르고 많은 학습에 노출시키면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뇌 발달 전문가들은 학습의 뇌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에 조기학습은 뇌 발달에 악 영양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이 부족하면 감정 뇌 발달 저하로 여러 가지 정서적인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뇌 발달은 학습이 아닌 놀이를 통해서 가장 균형 있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현재 고등학생인 민준이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상태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상위권이던 민준이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갑자기 공부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친구들하고도 어울리지 못해 왕따를 당했고, 성적은 계속 떨어져 하위권이 되었다. 몇 번의 자살시도를 하다가 상담을 받게 되었다. 민준이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버렸고, 공부도 인생도 전부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민준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엄마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왜 그렇게 엄마의 꼭두각시처럼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민준이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 번도 충분히 놀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마음껏 놀지 못한 게 가장 억울하다고 한다.



아이가 잘 놀았다고 느끼는 진짜 놀이는?


도대체 어떻게 노는 게 잘 놀아주는 것일까? 아이는 어떻게 놀았을 때 잘 놀았다고 만족할까? 아이 입장에서 진짜 놀이가 되려면 부모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1. 학습적인 목적이 없는 놀이


놀이를 하면서 뭔가를 가르치려는 의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순수하게 놀이를 즐기려는 마음일 때 놀이의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 부모가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려고 하고 뭔가 결과를 만들려고 할 때, 놀이는 본질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놀이의 본질은 무목적성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이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놀이의 본질에 충실하다. 부모가 놀이를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 때, 놀이를 통해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 때,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놀이의 본질에 충실할 때,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한다.


아이와 놀 때 선생님처럼 가르치지 말고, 친구가 되자.


2. 아이가 선택하는 놀이


놀이의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부모가 어느 정도 제공하더라도 그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때 자발성이 생긴다. 누가 시켜서, 해야만 하는 놀이는 이미 놀이가 아니다. 부모에 의해 놀이가 지정될 때, 아이는 점점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가 원하고 흥미를 보이는 놀이를 지원해줄 때, 아이는 훨씬 더 오랫동안 집중하면서 즐겁게 논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흥미를 보이는지 잘 관찰하고, 아이가 놀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게 좋다.


아이와 놀 때 놀이장소나 놀잇감 등을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자.


3.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


놀이에 있어서는 아이보다 한 보쯤 앞서서 아이를 끌어들인다기보다는, 아이 뒤에서 반 보쯤 따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놀이를 주도하면 아이들의 흥미는 반감되고, 놀이를 통해 주도성을 키울 수도 없을 것이다. 놀이를 할 때는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판단하거나 가르치면서 이끌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자신을 알아가며,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면서, 아이가 놀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촉진해주자.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는 연출자가 될 수 있도록, 부모가 서포트가 되어서 아이의 놀이에 동참하자.


4. 부모가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놀이


아이와 함께 논다는 것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와 감정 교류를 충분히 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과 마음을 읽어주면 아이는 훨씬 더 즐겁게 놀이에 몰입한다. 아이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특히 자신이 하는 놀이를 인정받을 때,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아이에게 놀이란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놀이를 지지하고, 인정해주고,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에 대해 말로 표현해주자.




바쁜 현대의 부모에게 아이와의 놀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와의 놀이는 아이와 부모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으며, 가치 있는 시간이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가 선택하고, 주도할 수 있는 놀이를 하는 것, 아이들의 놀이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진정한 놀이가 된다는 것을 한 번 새겨보았으면 좋겠다.


아이와의 놀이가 학습의 도구가 아닌, 그리고 또 다른 노동이 아닌 즐겁게 상호작용하는, 사랑이 넘치는 시간이 되기를...




<참고하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hapi2000/41




<참고>

EBS 다큐, 놀이의 반란

EBS 다큐, 놀이의 힘 3부, 놀이는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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