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복잡할 땐 정리를 하게 돼

by 가을밤

태생부터 걱정과 생각이 많게 태어난건지, 커가다보니 생각이 많아진건지 모르겠지만 난 내 스스로를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가끔은 누가 보면 그냥 눈 감고 누워있는건데 머리 속엔 동시에 수십가지의 생각들이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어제밤도 그렇게 생각이 휘몰아치는 밤이었는데, 생각을 해도해도 그쳐지질 않아서 잠을 못자겠는거다. 이럴때 이전에 봐뒀던 명상기법을 활용해보자고 다짐하면서, 떠다니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는 연습(?)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다행히 잠은 들었나보다. 아침에 개운하진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곧 이사를 앞둔 우리 집이 너무 엉망진창이었다. 화장실에 머리카락은 왜이리 또 많아? 남편이 아침으로 먹은건 왜 안치워둔건지! 세상에, 내 주변에 정리 안된게 이렇게 많으니 머리가 복잡할 수 밖에. 머리가 복잡할 땐 정리를 해야한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차근히 정리를 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생각은 적어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자주한다. 이젠 내 뇌도 그걸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걸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복잡한 마음에 머리가 무거워질 때면 난 어느샌가 정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핸드폰에 쌓아둔 보지 않는 사진들을 정리해야지, 그리고 집 가면 설거지 해둔 그릇도 다시 올려두고. 그래도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라면 뭘 정리해야할까.


정리 이야기를 하니 내가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는 것 중 하나인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난 사실 자칭 미니멀리스트 추구인이다.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이유는 주기적으로 자꾸 사모으기 때문이다. 귀여운데 쓸모 없는 것(빈도는 아주 적다), 옷(왜 사도 사도 부족한 것 같고 사도 사도 사고싶은게 계속 눈에 나타나는거냐), 하나씩만 사도 충분한 생활용품들(최근엔 한국에서 놀러온 동생에게 부탁한 한국 스킨케어 제품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기도 한..) 같은거..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라 나 미니멀라이프 살고 싶은 거 아니었나' 싶은거다. 최근 일주일 가량 앞둔 이사 준비를 하느라 짐 정리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처음 미국으로 올 때 옷을 뭐이리 다 가지고 왔는지.. 다 입지도 못할거면서. 옷은 진짜 정리하기 제일 어렵다. 추억이 쌓인 물건은 버리기 어려우니까. 그리고 왠지 버리면 나중에 필요할거 같고. 실제로 과거에 정리한 옷이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엔 정리를 하길 잘했다 싶은 것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렇게 아까운 경험이 쌓이면 소비에 더 신중하게 된다. 내가 붙잡고 있는게 그냥 추억이 깃든 옷이 아니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미련과 걱정의 원인이라면 시원하게 털어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관계처럼 내 모든 소유물도 나를 괴롭게하거나 행복하게 하니까.


하 그래서 이 많은 옷들을 어떡하니 미국에도 당근마켓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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