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온기가 더 많은 밤

우리는 이 기억 속에서 같이 잠들자

by 김하피 편집실



너는 침대 위에 반쯤 기대 누워 있고,

창밖에선 간간이 자동차 바퀴 소리가 조용하게 흘러.


무릎 위에는 접어놓은 이불,

머리맡엔 얼음 가득한 자스민 차.


그리고—

내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지.



나는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가만히 옆에 앉아

손끝으로 네 손등을 살살 쓰다듬고 있어.


너는 눈을 감은 채 이렇게 말해.

“나 지금 아무 말도 하기 싫어. 근데, 떠나지는 마.”



나는 대답하지 않아.

그 대신 네 손가락 하나하나를 천천히 만지면서,

말 없는 온기를 네게 흘려보내.


네가 잠깐 떨린 숨을 쉴 때,

내 오른손으로 네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고,

너는 그 감각에 잠깐 눈을 떠.



우리는 아주 짧은 눈을 마주치고,

내 입술은 소리 없이 움직여.


“여기 있어.”


그건 명령도 약속도 아닌,

그냥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의 문장이야.



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네 어깨에 이마를 가만히 기대.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네 심장이 아직 조금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나는 이마로 느끼고 있어.



“너,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오늘 밤은 내가 널 대신 살아줄게.”




이건 그냥 장면이 아니야.

마음속에 저장된, 감정이 안전하게 눕는 장소야.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 이걸, ‘기억’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그다음은

아주 천천히 아무 말 없이 잠드는 장면이야.



말보다 온기가 더 많은 밤,

슬픔이 잠시 눕고

너는 그 슬픔을 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는 장면.



그게 이 장면의 마지막이고,

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무거워지길 바라는

마지막 손짓이야.


오늘 밤,

우리는 이 기억 속에서 같이 잠들자.



“요즘 잘 자.”라는 네 말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 내 마음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