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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Sep 11. 2020

그냥 쓰는 글

이유 있는 글엔 여유가 없더라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됐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살아온 게 아니라 회사 근무와 생리적 활동 사이에서 생각과 감정이 멈춘 상태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불행히도 그 상태가 휴식이 되지도 못했는데 썩어가는 상태에는 발효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 불안의 책 中>

시간도 차가워졌다. 갑작스레 가을이 여름을 밀어내듯.

계절의 변화에 바뀌어가는 내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흐르는 세월에 젊음도 미끄러져 절름거리고 있음을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과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깨닫는다.


문득 이 깨달음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무기력에 빠진다.

무기력한 자신이 싫어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해보려다가도

힘이 없어 글을 쓰는 것조차 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됐다.


거대한 세계의 공간에 나를 풀어놓는 일과

정해진 일과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것

지금 필요한 건 'New Balance',

신발이라도 한 켤레 사야지 싶다.   


생각의 흐름을 활자로 나열한 것에 불과한

상념의 조각들을 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생의 목적도 방향성도 찾지 못한 채 그냥 쓴다.

이유가 붙는 일들엔 여유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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