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었다 촛농에 데인 ENTJ의 대통령 선거 단상

촛농처럼 흐르는 정치 앞에 부유하는 마음(3)

by AND ONE
아니 근데 이번에 누구 뽑을 거예요?

③ 카페 테이블에서 - 감히 직장 동료와 정치를 얘기해?


점심 먹고 온 카페에서 뜬금없이 한 친구가 말했다.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같은 회사의 선배 사원이자, 대학교 학과 후배가 물었다. (재수도 하고, 이전 회사 경력도 버리고 재입사하니, 호칭이 참으로 애매하다)


대답하기 전에 대학생 시절의 자신이 떠오른다. 해당 수업은 토론을 강제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발표 횟수와 그 내용에 따라 학점이 부여되는 방식이었는데, 필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를 하는 사람을 물어뜯는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조차도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었을 텐데, 참으로 그땐 부끄러움이 없었다)


다시, 회사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그 친구의 질문은 폐쇄형이었다. "이재명이에요 윤석열이에요?" 일단 좀 놀랐다. 이런 직접적인 질문을 받은 지 오랜만이기도 하고, 직장에서 정치 얘기라는 게 사실 민감한 문제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폐쇄형 질문이라니?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답한다.


솔직히 우리 같이 대기업 다니면서, 사회에서는 악(惡)으로 취급받는 일반 사무직들은 이재명을 찍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국가나 미래라는 거시적인 것들을 대입해보면 또 다르지만, 솔직히 그냥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성공 방식이었던 '성실히 공부하고, 놀고 싶은 욕구 참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기업에 입사하여 보통 수준의 삶을 살게 된' - 우리의 성공 원칙을 부정하고 삶의 토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을 '개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뽑을 이유 없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그렇다. ENTJ 등장했다. 이런 모습은 정말 불알친구들한테나 편하게 보여주고, 회사에서는 사회성 탑재된 연기파가 되고 싶었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같은 ENTJ는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으나^^, 상대방이 어떤 생각과 의도,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 여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내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다.)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질문한 친구와 다른 친구 모두 공감을 하는 것 아닌가. 그중 한 친구는 분명 저번에 심상정을 찍었던 친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각해보니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정치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하나의 변곡점인 것 같다.


(특히 필자와 같은 특수한 회사를 다니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본사에 출근하면 노조의 불법 파업과 침입을 막기 위해 많은 보안 요원들이 게이트를 지키고 있으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는 노조 필수 교육을 하루 정도 듣는데, 그 시간에 노조 집행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고 복창을 제안하지만, 다들 고개 숙이고 폰을 보는 모습은 지금의 2030은 더 이상 이념 논리에 따라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지 않을까)


그렇게 짧은 점심 대화를 마무리하고, 복귀하는 길에 다시 생각해봤다. 90년대생들의 성공방식이었던 - 학창 시절에 성실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서 다행히도,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대기업 사무직에 들어가서 목에 풀칠은 하고 사는 - 이런 방식을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이재명은 안된다고 말한 나는 앞으로 '어떤 원칙과 성공 방식을 스스로 수립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나와 같은 일개 개인은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나의 성공 방식을 재정립하기 위해 각개전투의 노력을 할 수 있으나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본인의 힘으로 회사를 일군 안철수가 제격인데,,, 한 표를 던지는 순간 사표가 될 것만 같다. (열혈 지지자들은 찍으면 된다고 하지만, 야권을 기준으로 보면 노인 분들이 지지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엔 현실 타협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도 잠시, 밀려드는 메일에 생각은 접고 사표는 내고 싶은 그런 하루가 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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