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었다 촛농에 데인 ENTJ의 대통령 선거 단상

촛농처럼 흐르는 정치 앞에 부유하는 마음(2)

by AND ONE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를 뽑아야 되냐?
우리 아들은 누굴 뽑고 싶은 거냐?

아버지가 조심스레 던지신 질문에, 이제는 나도 조심스럽게 답한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지함에 있어 그 의견을 타인에게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확신에 찬 선동 어구는 그들의 열혈 지지자들 결집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정치를 논할 때는 언제나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무조건, 반드시 탑재한 사람만' 입을 열어야 한다. - 고 생각한다.


② 밥상머리에서 노력의 가치를 생각하며

앞선 글(https://brunch.co.kr/@happinessdanish/284) 글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지금보다 노력의 가치는 더더욱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유로 지지하지 않음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노력, 그놈의 노력은 꼰대가 그렇게 강조하는 가치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은 분들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를 지탱한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 개개인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존재했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노력'이 아니라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노력은 진정 가치 있다. 사람마다 노력의 뜻은 제각각이고, 개인마다 노력의 정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써 애매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함'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상황과 위치에서 노력하는 이유라고 했을 때, 노력할 이유가 없는 사회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살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이런 생각으로 아버지께 조심스레 대답해본다. "아빠, 제가 어릴 때는 누군가의 도덕성이 중요하거나 또는 그들의 지향점이랄까 아님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가 표상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했는데요... 그런 어려운 것들 다 필요없더라구요. 직장에 들어가서, 나의 힘으로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책임을 질게 많아지는 순간 오히려 의사결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에서 한 번 쉬고, 과거 몇 마디 이어 나가지 못하고 목소리가 높아졌던 과거가 떠올라 술잔을 쥐고 아버지와 한 잔 털어 넘기고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지, 제가 어릴 때 했던 말 기억나세요? 왜 엄마 아빠는 노동자인데 권영길(당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 지금의 정의당) 안 찍어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노동과 노력을 말하는 것과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건 다른 것이라는 걸요. 솔직히 윤석열이 되어도 저는 이 나라가 드라미틱하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안철수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겠지만, 과거의 역사를 봤을 때,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열린우리당 때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제2의 노무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사실 내가 말하면서 무슨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른 대 어른으로서의 최소 수준을 맞추기 위해 주술 관계라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아니 그러면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검정고시로 대학 합격하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이재명이 맞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아버지에게 나는 대답한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 아니라 이재명을 지지했기에) 하지만, 이재명이 했던 정책과 지금 지향하는 정책들은 앞으로 이 나라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노력할 이유'를 전혀 없게 만드는 '이재명식 유토피아'를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아버지께서 이재명 고민하시는 이유를 저는 공감합니다. 제 스스로도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해도 이 나라가 망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2의 박정희 같은 확실한 추진력으로 '어떠한 변화'라도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는 공감의 의미로 술을 따라주신다)


"근데 말이죠 아버지, 저는 이제 사회 초년생이고, 솔직히 대기업 가면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 노력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막 퍼주는 세금 뉴스와 제가 받는 '세후' 월급을 보면 가끔 제가 왜 공부했고 노력했나 싶거든요. 아빠 엄마가 뼈 빠지게 일해서 저 특목고 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동문도 되고, 서울에서 누구나 아는 대기업도 다니는데 변한 게 없거든요. 제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그나마 여론조사에서 18~29세 턱걸이에 있는 놈으로서 말씀드리면, 저조차도 요즘 노력할 이유를 잘 못 찾고 있거든요... 저는 이게 너무나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재명은 아닌데, 그렇다고 자신 있게 윤석열이나 안철수가 답이라고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같이 지켜보시죠."


(마지막 잔을 따르다 술잔은 반 이상을 채우지 못했고, 아버지는 나이를 드실수록 애교가 늘으셔서, "우리 아들이랑 오랜만에 정치 얘기하고 좋은데 딱 한 병만 더 할까?"라는 제안을 수락할까 했지만, 덥석 받아들이면 인생의 쓴맛을 소주의 쓴맛으로 덮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술술 불어릴까봐 거절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밥상머리에서의 정치 대화는 언제나 그렇듯 명확한 결론은 없었지만,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금은 아버지랑 가까워진 것 같기도 생각하며 다음날 출근을 했다. 또 다른 정치 대화가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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