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었다 촛농에 데인 ENTJ의 대통령 선거 단상

촛농처럼 흐르는 정치 앞에 부유하는 마음(1)

by AND ONE


대통령 선거가 2주 남았다. 5년 전 문재인을 찍었던 나는 매 순간 후회하며 살았다. 후보를 선택할 때부터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외치의 관점에서, 트럼프-문재인 조합이 잘 될 수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로남불 아전인수, 인지부조화적인 도덕적 우월성으로 대표되는 현직 대통령과 그들의 비호세력의 불씨는 이제 연기처럼 사라질 일만 남았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재의 여론조사를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글은 특정 후보를 자신 있게 지지하고 싶다는 글이라기보다는 이 사회에 부동층, 그중에서도 윤석열과 안철수 후보 中 누구를 선택할지 고뇌하는 사람의 일기장과 같을 것이다. 일기장의 한 줄 요약란에는 "노력의 가치가 회복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라고 쓸 수 있겠다.


① 밥상머리에서 노조를 생각하며

본가에 가면 아버지와 정치 얘기를 주로 한다. 한동안 했던 그 정치 이야기... 경상도 출신의 아버지가 지지했던 박근혜 前대통령의 추악함이 드러나자 나는 오기로 10번 이상 촛불집회에 참석했었던 이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tvN대학토론배틀과 한국정치학회에서 주최한 정치평론대회에 입선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아버지와 고성을 주고받으며 철없는 아들의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던 그 밥상머리.

(https://brunch.co.kr/@happinessdanish/54)


시간이 지나 이제는 한마음 한 뜻이 되었다. "문재인은 진짜 최악이라고". 공통의 적이 생기니 자연스레 이번 대선후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는 요 근래 먹고살기 위해 민노(민주노총)에 가입하시고, 그들이 현장에서 자행하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마구 말씀하신다 (건설현장은 이미 조선족과 베트남인 등으로 대표되는 외국인이 조합원 숫자를 무기로 대한민국 근로자를 왕따 시키고, 무시하며 가장 힘든 일만 시키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인데 사람들은 별로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은 노가다 현장에서 일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사회 하위 계층까지 신경 쓰면서 고귀한 정치를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말할 수 있으니)


다만,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같이 노조를 비판하기는 하는데 그 위치가 참으로 애매하다.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식목일도 공휴일이 되는 노조의 권력으로 누리는 혜택과 동시에 불합리와 모순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흙수저 대졸 대기업 사무직' 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연봉은 우리 586 노조 아저씨들이 손가락 자를 각오로 파업해서 높은 성과급을 받아내야지만 올라가는 구조다. 내가 얼마 열심히 일하든 상관없다. 그게 이 회사의 구조다. (공장이 아니라 대기업 본사 사무직일지라도) 그리고 노조가 창궐하는 사회의 부작용이 될 것이라고 - 혼자 생각한다.


아버지는 말씀을 이어가시며,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굴 뽑아야 되겠냐? 노조에서는 이재명 뽑아야 한다고 하고 (현장에서 이재명 뽑을 것이라는 서명까지 받자는 열혈 지지가 있다고 하니 가히 그 단합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윤석열이는 정치해본 경험이 없고, 그렇다고 안철수는 뽑아도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제일 나은 건 안철수인데, 거기서 거기인 놈들이면 그래도 일 잘하는 이재명이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애들 생각은 어떠냐?" -라고 나지막이, 이제 삼십 줄에 접어들어 지 먹고사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그러면서 지난날 갈등으로 정치 얘기를 스스로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본인보다 인생을 절반 정도밖에 살지 않은 아들놈을 배려해서 여쭤보신다.


"아빠, 저도 잘 모르기는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가 되었을 때, 가장 노력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는 질문을 던지면, 이재명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각고의 노력으로 개천에서 용이 되었지만 개과천선은 하지 못하여 자신 이외에 용이 되려는 사람의 씨앗부터 자르는 사람이 될 것이니까요. 본인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그건 문재인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를 뽑아야 되냐? 우리 아들은 누굴 뽑고 싶은 거냐?"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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