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루스] 혼자만의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활주로. 저 멀리 미국에서는 한국인들이 미국 이민국에 의해 구금되는 일이 있었다. 나의 출장 또한 2주 전이었다면, 지금의 글을 쓰는 장소가 구치소였을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때로는 인생이 과도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다. 농담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고, 그러한 현실에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들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때론 어디로든지 도망가는 게 현명한 일이다.
그렇게 스카이스캐너를 켜고 "어디든지"를 검색하여 나오는 곳. 일본의 다카마쓰 항공권을 구매한다. 어떻게 가는 지만 해결하면 된다. 그곳에서 무얼 할지를 정하는 건 크게 중요치 않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오랜 시간 책을 읽고 싶어서 결정한 여행. 그런데 마침 다카마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집필한 <해변의 카프카> 실제 배경이란다.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은 이미 벌써 시작되었다.
<해변의 카프카> (상), (하) 2권을 서재에서 꺼낸다. 다카마쓰 여행을 홀로 앞두고, 이름도 몰랐던 소도시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 상상하며 읽는 글에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설렘의 감정이, 연필을 감싸는 무언가의 힘으로 나만의 카프카를 만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을 꿈꾼다.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곧 꿈을 꾼다는 것. 그동안 얼마나 많이 괴로운 꿈을 꿔왔던가. 바다를 껴안고 달리는 꿈, 그곳에서 영감을 얻는 삶. 무엇인가를 잘 해내겠다는 의지를 비울 수 있다는 그 믿음. 바캉스(Vacance)는 곧 vacant. 바캉스는 비우는 것이다.
낯선 공간은 하나의 빈 공간. 그 빈 공간에 상상을 펼친다. 기차 타고 창가 쪽에 앉아 해변의 카프카 <상>을 펼칠 생각을 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장 너머의 흔적들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게 아닌가 하고, 잠시 정차하는 열차에 앉아 창문을 빤히 쳐다본다. 티 없이 맑았던 그 유리창은 마치 우리의 미래처럼 점점 희미하고 불투명해지더니 저쪽의 삶을 이쪽으로 투과하지 못하고 나는 나와 마주한 채로 몸을 이동시키고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의 상태가
하나둘씩 현실이 될 때
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의 상태가 하나둘씩 현실이 될 때, 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쓰고 싶은 글이 없어 글감을 찾아다니는 여행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무엇을 지향하게 될 것일까? 확실한 건 그 지향점은 필시 나의 두 손과 두 발이 향하는 곳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
달리고 쓰는 일, 쓰고 달리는 일. 인생에서 두 가지를 다하는 데 필요한 건 굳은살 하나면 충분하는 마음으로, 홀로 여행 준비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