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풍경과 야경의 미학
"풍경과 야경은 비슷해 보이지만 둘의 주 무대가 다르다."
야경은 여행객에게 확실한 아름다움을 보장한다. 비가 내리거나 미세먼지 가득한 악조건에서도 확실한 행복을 기대하도록 만드는 밤의 미학이 곧 야경의 순기능이다.
반면,각 도시의 매력은 사라지며 - 일원화된 매력, 밤하늘과 조명 빛나는 건물과 항구가 같이 자리하고 있는 균일화된 - 아름다움이 우리를 반긴다. 흡사 강남 일대를 활보하는 성형 미남 미녀들의 인공미가 떠오르기 까지한다.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달라보이지만 같아 보이는 게 포인트다.
야경의 아름다움은 민주적이다. 전통적인(여행객에게는 이국적인) 문화유산 즉, 풍경을 갖기 못한 이들에겐 고층 빌딩과 화려한 조명들을 수놓기만 하면 '야경이 이쁜 장소'로 낙점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반면, 풍경은 선천적이다. 기후가 대표적인 미의 질료다. 이와 동시에 풍경은 후천적이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친 자연과 문화의 '풍화와 퇴적 작용'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비추는 야경이라는 거울은, 사실 우리를 비추고 있다. 야경을 배경 삼아 여러 자세를 취하며 그곳에서 '가장 이상화된' 존재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장소다. 밤이라는 장막을 십분 활용해 부끄럼없이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잘생긴척 할 수 있는 자비의 허용이 '나와 나'를 만나게 해준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여행이라는 모순에서 풍경과 야경, 두 개의 거울은 각자의 모습을 반사하고 굴절시키며 엇나가는 듯한 인생의 초점을 다시 우리를 향해 비춰준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다시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본다.
풍경과 야경, 여행을 비추는 두 개의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