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공부라 여길 만큼
모든 에너지를 공부하는 데 쏟았던 중학생 소녀는
원하던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한 이후
삶의 의지를 잃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인생의 큰 실패 앞에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그때 하기엔 너무 이른
철학적인 고민만 늘어놓으며
하루하루를 억지로,
아주 힘겹게 이어갔습니다.
그저 유일한 낙은,
아니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순간은
TV 앞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됐기에,
마치 현실도피 같은 것이었을까요?
바보상자라 불리는 TV가 제게는
구원자였고 도피처였고 안식처였습니다.
무심코 기억나는 한 장면은
무한도전에 나온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보며
'대단하다,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아주 작게 읊조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삶에 즐거움이라고는 없던 소녀는
0.0001 만큼이라도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준
고마운 대상을 보며 자연스레 꿈을 꾸게 됐습니다.
"나처럼 삶이 팍팍한 사람을
위로해 주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학창 시절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기에
성적에 맞춰 공대에 진학하게 됐지만,
여전히 제 안에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되리라는 꿈은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