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예술 그 경지의 만남
요즘, 사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그 이상 유익하고 흥미로웠던 프로그램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Culinaty Class Wars' 요리 계급 전쟁 였다.
그들의 기획력에 놀랐고, 무엇보다 섭외력에 놀랐다.
100명의 쉐프를 모으고, 그 중 20명의 유명 쉐프들과 80명의 은둔의 고수를 모아서 계속 되는 미션을 통해 그들의 철학, 기술, 순발력, 팀웍, 리더십 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나아간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리스펙의 정점에는 국민 요리멘토라고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온 백종원 님과 국내 유일의 3스타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는 안성재 쉐프가 있었다. 그들의 서로 다른 평가의 기준과 관점이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대조를 이루며 주관성과 객관성의 하모니가 돋보였고 - 누구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이력사항과 업적들은 100인의 쉐프에게도 존경과 존중을 받을 만한 심사위원 섭외였다. (다수가 아닌 단 두명의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심도있게 들어보며 흑과 백, 객관과 주관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들의 심사평에 모두가 귀기울이게 한 부분도 매우 담백하지만 임팩트있는 연출이였다)
아티스트 에드워드리
아무쪼록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에드워드리, 그 이후 어디선가 본 글에서 에드워드리는 쉐프가 아니라 철학가이자 예술가이며 그의 철학과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가 음식인 것 뿐이라는 것에 공감할 만 하였다. 그리고 어쩜 우리는 그 매력에 그의 생각과 표현, 창의적인 관점에서의 재해석과 스토리텔링에 더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리더십의 절정 최현석
그 다음이 최현석의 리더십과 결단력, 통솔력이였다. 워낙의 스타쉐프이기도 하였지만 그의 52세 도전과, 보이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연구하며 지나온 시간들로 단단해진 리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였다. 실력과 인성, 리더십과 통솔력, 자신감과 수용력 모든 리더의 그릇과 자세를 쉐프라는 영역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그야말로 리더의 부재인 대한민국에 무언가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 면도 있었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쯤되면 힐링 프로그램이다)
근자감 전략가, 나폴리 맛피아
그리고 기억나는 부분이 사실 더 있지만 하나 더 꼽자면, 밤티라미슈 이다. 결국 밤티라미슈를 만든 권성준 쉐프, 나폴리 맛피아가 우승을 하였지만 뭐랄까 CU가 통채로 들어와 편의점 미션을 주는 반전 컨텐츠 자체가 너무 신선했지만, 그걸 멋드러지게 그리고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한 나폴리 맛피아의 밤티라미슈는 정말 요리의 창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 중에 하나였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부지옥, 블라인드 테스트, 80명 중 20명만 남기는 방식 하나하나가 연출 미쳤다 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 글을 적으려고 마음을 먹은 건 이 중 안성재 쉐프의 인터뷰 때문이였는데, 알면알수록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대부분의 성공자들의 공통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아서 즐겁게 탐색하게 되는 인물 같다.
안성재 쉐프의 인터뷰 일부 : 입학 첫날, 그는 LA 다운타운의 해산물 레스토랑에 취직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요리를 배우고 싶었대요. 생활비도 필요했고요. 처음 맡은 일은 설거지. 안 셰프는 ‘누구보다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금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설거지가 내 일이면 설거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의 노하우나 디테일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어깨너머로만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완성도를 판가름하죠.그런데 어깨너머에서 배우려는 친구들이 정말 없어요. 그건 본인이 원해야 하는 거거든요. 대부분은 가르쳐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꼰대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고객보다 먼저 움직인다.’ 모수의 서비스 철학이에요. 손님이 빈 물컵을 바라볼 때 물을 따라주고, 문을 나서기 전에 먼저 열어주는 거죠. 안성재 셰프는 “손님이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서비스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해요.
손님이 뭐가 필요한지 본인조차 모를 때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해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할 필요도 없을 때 편안함을 느끼죠. 미리 준비해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들어 줄 때, 감동이 생겨요. 좋은 서비스는 그런 거예요
놀랍게도 안성재 쉐프가 이끄는 미슐랭 3stars 모수의 철학은 Johari's windows model 이론과 맞닿아 있었다. 고객도 모르는 니즈를 찾아내어 전달하고, 감동을 주는 서비스 - 대부분의 성공한 서비스와 상품에는 그 비슷한 이유들이 있는 것 같다.
Johari's Windows Model
여기서 잠시, Johari's Windows Model 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니즈에 대한 4개의 창windows 에 비유하여 심리적 사항을 표현한 이론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 중 User Inspired Design, User Centered Approach 의 묘미는 Hidden Area 에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영역을 어떻게 인지하고, 도출하고, 표현하게 할 수 있을까? -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미래를 위한 디자인이 되고 Process Innovation Design 도 이영역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종종한다.
흑백요리사,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만, 무언가의 공통점과 공감을 형성한 매우 인간 본질에 가까운 부분을 오감과 전문성, 주관과 예술적 표현력 등 다양한 형태로 다룬 흑백요리사 Culinary Class Wars 를 만든 기획, 제작, 쉐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쯤이면 생각나는 잡스옹의 명언도 함께 남겨본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 Steve Jo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