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내지 말고 답게 굴어
얼마 전 만화 ‘헬퍼’를 정주행 하던 중 감명 깊게 읽은 대사다. 정말 멋진 할머니 캐릭터가 꼰대 행동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일침을 날리는 대사였다. 어른 티를 내지 말고 어른답게 굴라는 말. 나도 전에 속해있던 동아리에서 꼰대 행동에 관하여 비판을 한 적이 있었기에 매우 와 닿았다. 여전히 꼰대 마인드가 너무 싫고 꼰대가 되지 않고자 꾸준히 나를 돌아보고 있다.
근데 비단 저 대사가 꼰대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대사를 곱씹어볼수록 티만 내고 답게 굴지 못한 내 모습들이 자꾸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휴학하고 창업을 하는 등 하고 싶은걸 하면서 열심히 사는 멋진 청년인 양 티를 내지만 실제론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멋지게 살고 있다고 자기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나. 꿈은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딱히 하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며 하고 싶은걸 그저 하고만 있지 그에 따른 책임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티 내지 말고 답게 굴라는 말이 나에겐 엄청난 팩트 폭행이 되었다.
다음이 내가 폭행당한 팩트들이자 나태함을 합리화할 엉터리 이유 중 일부이다.
8시간은 자야 건강에 좋으니 늦잠을 자야 한다.
-> 잠을 일찍 자면 되는데...
워라벨은 중요하니 퇴근 후의 시간은 나를 위해 쓰자.
-> 꿈: 독서, 브런치 글쓰기, 개발 공부
현실: 유튜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기술들을 공부해볼까 하지만 흥미롭지 않다. 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니까 지금 하는 앱 개발을 더 빡시게 할래.
-> 다 핑계야... 그냥 너무 새로우니까 공부하기 귀찮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싶었지만 개발 업무가 너무 많아 그럴 시간이 없다.
-> 정말 시간이 없어? 정말로...?
선택에 책임을 지고 꿈을 이뤄가는 사람의 모습이라기엔 너무 창피한 모습이다. 늘 고치고 싶지만 정말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은 감추고 열심히 사는 스타트업 공동창업자이자 개발자라는 티만 내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살되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을 이뤄가는 사람.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남들에게 멋진 사람처럼 티만 내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 돌아봐도 창피하지 않고 티를 내지 않아도 정말 답게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다.
저 대사가 날 너무 세게 때려서 내 한심한 모습들을 고쳐보고자 이렇게 글로 남겨봤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행위 조차 ‘스스로 반성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쳐나가는 멋진 사람’ 티를 내려는 건 아닌가 싶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확신은 없지만 위의 문제점들을 정말 고쳐나간다면 답게 구는 사람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되새겨보자.
티 내지 말고 답게 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