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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동에서

by 해나




대전 소제동.


이곳은 내가 사진을 시작한 곳이다.

사진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때면 여지없이 소제동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하루 종일 그곳에 머물면서 찍고 생각하고

그리고 눈을 감고 그려본다.


카메라와 하나 될 때까지,

무엇을 찍고 싶은지가 보일 때까지,

절로 카메라의 셔터가 눌러질 때까지

그렇게 눈을 감고

한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어 본다.





이곳이었다.


대전역에서 소제동으로 가는 길,

한창 개발로 높은 담이 올라가고 있는 곳에

작은 문이 생겨났다.


아니,

문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사람이 드나 들 좀 큰 구멍이 생겼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문고리도 없다.

손잡이도 없다.

닫을 수도 없다.


그러니 문이라고 할 것이 있나!






가는 것이 맞는지,

오는 것이 맞는지,



노크할 일도 없고,

들여다 볼일도 없고,

열어 볼까? 그냥 둘까?

망설일 것도 주저할 것도 또한 없다.



누가 문 안에 있는 것인지

누가 문 밖에 있는 것인지


누가 들어가고자 하는 것인지

누가 열어주어야 하는 것인지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통해 있다.


그러니

通過하면 된다.






당길까 밀까 따위,

닫힌 문 앞에서의 오만가지 생각들일랑

먼지 털듯 툭툭 털어내고


빈손이든 양손이든


그저

부지런히 오가면 될 터.



通!


사람과도

사진과도


매일 마주하고 시도하는 모든 것에

그랬으면

좋겠다.



통하는 길에는 막힘이 없다.



조금 더 몸을 낮추고

조금 더 조심스레 넘어가면 될 뿐이다.






저만치 길이 보인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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