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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치

아이에게

by 해나




가슴에

보석






큰애가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다. 서울로 올려 보낸 지 열 달 만이다. 대구에서 시험을 치겠다니 물론 반가운 소식이다.



"고맙다"



머리 저 끝에서부터 뿌옇게 번지던 드라이아이스가 한참이고 가시고 나서야

겨우 적어 보낸 답장.



아이는 지난 변시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방구석에서 나오질 않았다. 베란다도 나가지 않았다. 그림자가 얼씬만 해도 흠칫, 암막으로 방을 싸매고 누워 있었다.

어떤 위로도 격려도 아이의 것이 되지 못했고,

그 사이 무기력이란 놈은 기세 좋은 기력을 무기 삼아 아이에게로 나에게로 무수한 무력을 행사했다.


내 것이 아니라며

내 것이 될 수 없다며

원망을

후회를

서로 줬다 뺏기를 반복하던 우리가

누에가 고치 감듯 돌돌 말린 그 무기력의 절정을 끝낸 것은 아이의 서울행 결정이었다.



무작정 올려 보냈다.

아니 죽더라도 보내야 했다.



어렵게 해낸 공부였다.

오롯이 혼자 해 낸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3년 law school 을 low low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 나온 출구에는

해피 엔딩이 아닌

'돌아가시오' 표지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갈 수 없는 아이의 몸을

돌려세우는 일이라니...


나는

나쁜 엄마였다. 나쁜 엄마여야 했다.

그렇게 모른 체 열 달을 보냈다.



아이가 온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뭘 입어야 하는지...

뭘 먹여야 하는지...

이 끝에서는

어떤 이정표를 만날지.


그럼에도

주저 없이 가슴에 단 브로치 하나







나의 보석


내 가슴에

떼어지지 않을

브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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