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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May 11. 2022

학원 활용백서

학원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활용한다.

첫째 아이가 초등 3학년이 될 무렵 교육서와 유튜브 교육채널에서는 '수포자 첫 고비는 초3부터'라는 유행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집 공부로 수학 공부를 해왔지만 수학학원 레벨테스트를 통해 집 공부를 점검하고자 아이와 학원 상담을 받기로 했다. 처음 방문한 학원은 나와 아이의 모든 영역을 테스트할 것만 같아 학원 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머니, 아이가 집에서 책을 많이 읽었나 봅니다."

나를 바라보시며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지도 못한 수학학원 원장님의 말씀에 사실 어리둥절했었다.

논술학원이 아닌 수학학원에서 수학보다 책에 대한 칭찬을 먼저 해주시다니 레벨테스트를 받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원장님께서는 아이의 수학 시험지와 함께 책을 언급하신 이유를 말씀해주셨다.

"문제를 푸는 걸 보니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풀었네요.

서술형 문제 푸는 것만 보아도 독서를 열심히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수학은 수학 공식으로만 할 수 있지 않아요. 이해력과 사고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건 독서를 통해 이루어지고요. 차근차근 풀어내는 모습을 보니 집중력이 좋은 아이네요."

수많은 교육서에서 읽었던 문장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 읽는 것만 같았다.


시험지에는 문제마다 문제 풀이가 제자리를 찾아가듯 숫자들이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서술형 문제를 읽고 풀어낸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객관식 문제와 서술형 문제를 구분 짓는 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점수란에는 100이라고 적혀있었다.


첫 레벨테스트는 소신껏 해 온 집 공부 확신을 주었고 아이가 수학에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 집 공부로 챙겨서 해 온 수학 활동은 수학 교과서 예복습, 연산 문제집 풀기, 수학동화 읽기였다. 집 공부에 큰 역할을 한 책은 당연 교과서였다. 그 어떤 책 보다 교과서만큼 훌륭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설명된 수학 개념은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한다.

개념 이해 없이 문제를 푸는 건 아이가 수학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걸 두 아이를 키우며 배우고 있다. 중학생이 된 첫째 아이는 여전히 새 학기가 되었으니 교과서를 구입해달라고 한다. 우리 집엔 꼭 필요한 신학기 준비 1순위로 자리 잡았다.


레벨테스트를 마치고 집 공부에 대한 확신을 가진 나와 달리, 아이는 학원에 다니고 싶어 했다.

집에서 풀지 않았던 문제를 풀 수 있고 원장님께서 한 달 뒤 예정된 수학경시대회를 추천하니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도전 그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다. 승부욕도 강하다. 학원 결정에 수학경시대회가 자극이 되었다.

4주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준비해야 하는 점이 걱정스럽기도 했고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실망할까 봐 마음이 쓰였다.


새로운 대회 참여만으로도 좋아했고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4주 후 수학경시대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오후, 학원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 학원에 한번 들려주시겠어요? 지난번 경시대회 결과가 나왔어요."

통화를 하는 동안 아이의 결과가 믿어지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대상.. 대상이라고요? 정말요?"

준비기간이 짧아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지만 아이가 좋아하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대상 트로피를 받고 좋아하던 첫째 아이


시험장에 나올 때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시험이 쉬웠다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믿음이 강한 아이라 결과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 있어하는 아이였는데 아이가 잘할 거란 믿음과 실망할 거란 걱정을 함께 한 엄마의 생각을 그 순간만큼은 들키지 않길 바랬다.












아이는 수학학원 수강 1년이 지난 후,  다시 집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학원은 아이가 집 공부를 하다 학습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될 때만 다녔다. 학원에 의존하기보다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받는 정도로 활용했다. 학습의 주도권을 아이가 갖도록 해주었다.


학습의 주도권을 통해 자신의 강점 과목과 약점 과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혼자 궁리하다 안되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학원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3학년 때 1년, 6학년 때 1년) 초등 사교육을 하였다.  외벌이였기에 집 공부에 중점을 두었고 학원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학원에서의 레벨테스트를 통해 콩나물시루 안에 있는 콩에 물을 부어주듯 공부해온 집 공부의 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콩이 콩나물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조금씩 물을 부어주고 물은 잘 빠지고 있는지 관찰하고 온도는 알맞은지 통풍은 되는지 생각보다 많은 정성을 들여야지만 잘 자란다.

물만 주면 알아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양육 또한 부모님의 사랑과 소통 그리고 관찰을 통해 성장한다. 집 공부에서 힘든 점은 없는지 아이에게 맞는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는지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아이의 성장도 학습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학습 주도권을 가진 첫째 아이는 학원의 도움 없이 중학교 생활도 슬기롭게 잘 해내고 있다. 작년 초등 3학년이었던 둘째 아이는 학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집 공부와 학원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둘째 아이도 학습의 주도권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엄마의 주도권에서 아이의 주도권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우리 아이 학원 활용 팁

상담을 받기 전 나만의 학원 선택의 조건

첫째, 집에서 가까운 학원

둘째, 선행 위주가 아닌 현행 위주로 꼼꼼히 알려주는 학원

셋째, 엄격한 선생님보다 다정한 선생님이 계신 학원

넷째, 대형학원이 아닌 소그룹 학원

다섯째, 초중고 수업이 가능한 학원

여섯째, 상담은 3번 정도 받고 그 학원의 분위기와 교육관을 파악한 후, 결정한다.


학원이 멀면 이동하는 시간에 아이가 피곤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집과 가까운 곳을 결정했다. 소그룹 수업은 개별 진도에 맞춰갈 수 있어서 대형학원보다 장점이 많다. 빠른 선행보다 바른 현행을 할 수 있는 학원을 선호했다. 초중고 수업을 하는 학원인 경우 초중고 교육 과정을 알고 있기에 시기별 학습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현 입시에 대한 정보와 전체적 교육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학원에 다니는 동안 나만의 규칙

첫째, 아이의 교재를 매일 확인한다.

둘째, 아이의 교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교재를 늘 가지고 다닌다.

셋째, 과제는 아이가 할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어준다.

넷째, 주 5일이 아닌 주 3일만 다녀도 충분하다.

다섯째, 아이가 원한다면 각종 경시대회에 참여한다.

여섯째, 학원 상담은 2-3달에 한 번씩 하고 아이의 학습 상황을 점검한다.


외벌이 가정이라 깐깐하게 선택하고 100% 활용하는 게 학원 활용의 목표였다. 아이에 따라 수업 일수는 변동이 가능하다. 학원 원장님과의 상담을 통해 내 아이의 강점, 약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도 연계해서 학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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