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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Feb 15. 2023

카드 사용 내역서는  나의 소비역사다

가계부 작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 구매한 가계부를 펼치며 새로운 마음으로 이번 주 예산을 작성하려니 예산 범위를 얼마나 정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가계부를 몇 년째 구매하지만, 매번 계획하고 지출하기보단 지출기록용으로 쓰다 보니 예산 짜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식비는 60만 원이면 되려나?

부족한가? 80만 원 정도면 되나?

도대체 지난달엔 얼마나 쓴 거야?’

내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비가 이체되는 국민은행 앱을 열어본다. 마치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이 예고도 없이 소지품 검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무계획 소비이력이 들통날까 봐 혼자 핸드폰을 보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3개월 거래내역조회를 열어보니 자주 사용하는 앱 3 대장의 이름이 보인다.

‘쿠팡, 네이버, 배달의 민족’ 앱을 이용해 장 보는 편이 많았다. 내역서를 보기 위해 스크롤할수록 지난달

사용내역 끝이 금방 보이지 않아 당황되어 빠르게 내려본다.

‘헉~! 나 이렇게 돈 쓴 거였어?’

저렴하게 구입하고 나 대신 장보고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그 편리함 때문에 앱을 지우지도 못하고 핸드폰

화면 상단에 모아서 자주 애용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얼마나 썼는지부터 파악하기 위해 연습장을 펼쳐 기록을 해본다.


배민페이머니 30,000

배민페이머니 20,000

쿠팡 11,190

식자재마트 8,000

배민페이머니 20,000


‘불과 며칠 동안 이렇게 자주 사용했다고?’

그동안 ‘오늘은 피곤해서, 오늘은 바빠서, 이번 달은 아이들이 방학이라서.’라는 핑계로 배달을 자주 했던

기억을 아주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카드 사용 내역서는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하나라도 빠뜨리고 있을까 봐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몇 초’ 단위로 자세히 기록을 해주니 그제야 내 소비 성향이 파악되었다.

‘이건 게으르기보다는 충동적인 것 같은데. 나 이렇게 절제력이 없었나?’

분명 필요해서 샀고 적당한 가격의 한 끼 식사를 해결했을 뿐인데 사용 내용서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소비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마다 하나씩 사는 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생활 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일주일에 한 번 구매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당장 충동적 구매 횟수를 줄여보는 연습이 필요하는 긴급 처방 내려다. 그날그날 필요한 게 생각나면 고민 없이 구매하니 한 달 사용 내역서 분량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 나 이거 필요해."

"여보, 나 이거 필요해.”

가족의 요구를 당장 해결해 주면 가족을 아껴주는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충동구매로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간 메모하고 진짜 필요한지 고민해 볼 시간도 필요했다. 충동적인 소비인지 필요에 의한 소비인지 판단할 시간도 없이 가장 빠른 로켓배송부터 떠오르던 소비 습관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한다.


예산을 작성하기 위해 나의 소비패턴을 알아야지만 예산을 작성하기가 가능하다. 나를 파악하는 것은 곧 내 장점보다 단점을 찾아내는 것 같아 미루기만 해 왔다. 그동안의 사용내역기록을 점검하니 소비패턴과 나의

제력에 대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소비 방법이 변하지 않으면 다음 달 카드 사용 내용서도 달라지지 않게 될 것이다.


포스트잇에 구매할 목록 메모하기

어떻게 해야 내가 변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봤다. 결국 기록뿐이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장 보는 습관을 만들어보기로 계획했다. 손바닥 크기만 한 포스트잇을 준비해서 냉장고에 붙이고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메모한 후 집 근처 식자재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계획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식비를 아끼기 위해선 냉장고 정리가 시급하다. 문제점을 하나 해결하려니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냉장고 정리는 해결해야 할 다음 순서임이 틀림없다.

‘으악~ 냉장고 정리는 또 언제 다하지?’

한 달 예산안에서 아등바등 소비는 했지만 제대로 된 소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답답하긴 했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소비도 계획적으로 하고 싶어졌다. 아니, 해야만 한다. 기록하고 계획하고 합리적인 소비로 절제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감정이 아닌 기록을 통해 한주의 예산과 한주의 소비를 점검해 우리 집 진짜 예산을 찾아보는 게 이번 달 미션이다. 당장 냉장고 앞에 포스트잇을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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