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냉장고와 책장을 정리한 후,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청소력을 키우고 싶어졌다. 정리 후 가벼워진 공기와 제자리를 찾은 물건을 보면서 흐트러져있던 내 머릿속도 내 마음도 함께 정리되었다. 무언가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복잡하게 얽혀있던 머릿속은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게 땅속 나무뿌리처럼 강하게 얽혀있었다. 매번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을 ‘정리 안 해도 괜찮아.’라고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차일피일 미루며 지내왔다.
정돈되지 않음을 '자유'라 부르며 눈에 들어온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을 봤으면서도 못 본 척하며 지내니 어느새 복잡해진 살림살이들이 더 큰 스트레스로 자리를 잡았다.
‘이게 집이야! 더 늦기 전에 정리부터 해야겠다.’
며칠 동안 시간을 들여 정리한 냉장고와 책장을 보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책장 앞에 서서 책을 고를 때마다 제자리를 찾아 정돈된 물건들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매번 정리할 때마다 정리하며 버려질 물건들을 보며 잘 써서 잘 보낸다는 생각보다 제대로 못 쓰고 버려야 하는 상황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소비 습관과 생활 습관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읽으려고 샀는데 급하게 읽기만 하고 남는 것도 없이 버려지게 되네.’
‘분명 몸에 좋아서 샀는데 유통기한을 넘겨서 먹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네.’
‘분명 쓰려고 샀는데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네.’
구매할 때의 마음과 달리 구매 후의 활용도를 보며 전업주부 15년 차의 내공은 '하수'라는 걸 제대로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음식과 책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도 분명
내 손으로 구매했지만 가족들 손길도 못 느낀 채 숨어있는 물건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니 더 늦기 전에 정리할 수 있게 나를 움직이도록 했다.
<청소력> 책에서는 청소력 작심삼일을 통해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3일간 청소하고 나를 칭찬하고 또 3일을 반복하기, 그리고 2일을 쉬고 잘 쉬었으니 다시 3일간 청소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간에 쉼이 있으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안고 작심삼일 청소력을 시작했다.
첫날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정리를 했다. 아이가 만든 지 오래된 미술 작품과 신지 않는 실내화, 다 먹은 유리 꿀 병, 아이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어 해가 지나도 버리지 못한 탁상달력까지 비워냈다. 덩치가 작은 물건이라 집 정리 전후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내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리 별거 아니네. 내일도 할 수 있겠는데.’
작은 성취감을 맛보았고 그 성취감은 내일도 모레도 지속해서청소할 수 있는 청소력을 상승시켜 주었다.
둘째 날에는 냉장실을 정리했다. 냉장실 정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소스들을 발견했다. 날짜를 넘긴 소스를 보니 구매할 때와 구매 후의 마음이 왜 이리 달라지는지 나에게 반복해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날에는 신발장을 정리했다. 작아진 운동화와 실내화, 여름샌들을 꺼내어 보니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혹시나 급한 경우 대체 신발로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넣어둔 낡은 운동화들을 꺼내니 신발장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신을 수 있는 신발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작심삼일을 지나고 난 후에는 제 역할을 다한 물건을 비울 때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랑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그간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함은 무모한 미련이었음을 혼자서 시작한 비움챌린지를 통해 배워가고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다 매일 장소 한 군데를 선정해 ‘오늘은 딱 5개만 비우자.’라는 마음으로 비움 챌린지를 나 홀로 진행하고 있다. 매일 비움 한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비울 때의 마음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고 있다. 이렇게 인증해야 지속력이 생기기 때문이다.변화된 우리 집과 내 생각을 기록을 통해 알아가고 싶어졌다.
오늘은 비움챌린지 11일 차다. 이젠 비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과 나눔을 함께 하고 있다. 물건을 나눔 할 이의 얼굴을 생각하며 나눔 할 옷을 세탁도 하고 종이 가방에 조심스레 담아본다. 비움을 통해 물건을 대하는 내 손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