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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 "Be Authentic"

by 행복한 시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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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핵심 어젠다는, “모든 가능성이 열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가능성 탐색을 좋아하는 나로서, 처음 보았을 때 매우 공감되었다. 다시 보니 AI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조부 투파키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고 허무주의에 빠진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늘어남에 따라서, 이런 경향성은 더 심화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LLM의 보급으로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누구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능의 세계가 무한대로 열렸을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현대인은 조부 투파키의 감정에 공감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Be kind”, 즉 관계의 중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강조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더라도, 사랑의 경험만은 특수하다. 사랑하는 것은 큰 우연이며, 행복이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것만이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관계 측면에서 매우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다만,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므로, 노동의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고 싶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이에 대해 “Be authentic”으로 표현하고 싶다. 내면에 더 귀 기울이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태도를 강조하고 싶다. 나는 AI 시대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딜레마는 고전적인 질문이다. 다만 나는 답이 점점 좋아하는 일로 기울고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기가 어려웠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고, 내가 잘하도록 도와줄 코치/선생을 찾기도 어려웠다. 내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과거에는 우연히 좋은 선생을 만나고, 우연한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우연히 잘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점점 이게 필연의 영역으로 가고 있다. 필연적으로 좋은 자료를 찾고, 필연적으로 좋은 선생을 만나고, 필연적으로 좋은 피드백을 자주 받을 수 있다. 즉,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의 정당성도 높아졌다는 논리이다.


우리는 자주 내면을 보지 않고, 외부의 기준만을 바라본다. 외부에 있는 수백 가지 일을 비교하느라 시간을 쓴다. 그럴 때마다 잠깐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내면에 있는 좋아하는 일 한 가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이런 진실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걸 해내는 사람은 더욱 멀리 나아갈 것이다. 그런 사람은 AI에게 단순히 대체되지 않을 것이고, AI를 즐거이 활용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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