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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매달려있는 과일

by 행복한 시지프

Low hanging fruits (낮게 매달려있는 과일) 라는 비유를 들었다. 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수확을 의미한다. 나의 최근 생각을 대변해주는 비유였다. 여러모로 나는 Low hanging fruits 를 따는데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High hanging fruits 를 따는 데는 서툴다. 20대의 나이에, High hanging fruits 에 익숙한 사람은 드물긴 하겠다만, 나도 여느 사람도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고, 이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삶의 Low hanging fruits 을 예시로 들어보자. 범위가 주어진 공부들(수능, 학부 과목), 피아노로 가요 1곡을 칠 수 있게 되는 것, 한 유명 작가의 유명 책 한 권 읽기 등이 있다. 그것을 따는데 노력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고, 노력의 차원이 높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즉, 손 뻗으면 최소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니체를 이해하고 싶을 때 처음 읽어야할 책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알려져 있지 않은 모든 책을 읽고, 같은 책을 무수히 많이 읽으며 알려지지 않은 문장도 이해할줄 알아야 한다. 그가 쓴 모든 편지, 노트, 문서 (유고집) 를 읽으며, 그의 일상적 사고 흐름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매우 높이 있는 과일을 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를 High hanging fruits 라고 부를 수 있다.


High hanging fruits 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Low hanging fruits를 따는 것에 비해서,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단순 학습이 아니라, 도전과 시행착오와 실패의 연속이다. 단기적 도파민이 없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고 장기적 성취만 있을뿐. 허탕 치는 날이 많다. 시간을 써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날이 많다. 즉 리소스 투입에 대한 결과는 가우스 함수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결국 High hanging fruits를 딸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 특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진 않는다. 이 앞에서 좌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며칠을 노력했는데도 수확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바로 그냥 꾸준히 하는 습관이다. 하루하루의 성취를 기대한다면, 성취하지 못 한 날들은 하루하루 꺾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포기하게 된다. 오늘 하루의 일을, 무슨 이유로 하는게 아니라 그냥 꾸준히 하는게 습관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가지되, 단기적인 성과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꾸준히 하루하루 하다보면, 언젠가 High hanging fruits를 딸 수 있을 만큼 점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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