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3

유럽대륙, 다시 8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파리 일기예보가 왜 이렇게 잘 맞는지 베르사유의 궁전을 갔다 온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젖어있는 바닥을 걸어 다니니 맨몸으로 가볍게 돌아다니는 거보단 불편했지만, 뮤지엄 패스를 이용해서 실내를 둘러보는 일정이 많아서 다음날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뮤지엄 패스를 활용한 2일 차는 퐁피두 센터에서 시작했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파리의 다른 미술관들과 다르게 퐁피두 센터는 차가운 철의 색을 띤, 어찌 보면 공장의 외관 같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전시하는 작품들도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전날 봤던 미술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며 안을 구경할 수 있었다.

공간구성도 잘 되어있고 건물의 외관에 튀어나온 파이프 같은 구조를 통해서 각 층을 이동하며 유리를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다음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서 내부와 함께 뮤지엄 패스로 이용 가능한 종탑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내부에는 평소에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외에도 크리스마스 장식과 예수님의 삶을 보여주는 조각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올라간 종탑 전망대에서는 "노틀담의 꼽추"로 이름만 들었던 이곳에 내가 직접 와서 쌍둥이처럼 똑같은 정면 탑을 가까이서 보고,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거대한 종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또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가 궂은 날씨에도 그 매력을 유지하고 있어 감탄이 나왔다.


나중에 한국에서 큰 화재로 첨탑과 목조 지붕이 불타는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아름다웠던 건축물이 훼손되는 게 내 일처럼 안타까웠는데 복원해서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내려와서는 뮤지엄 패스로 이용 가능한 박물관/미술관 중 가장 기대를 했던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피라미드 모양의 출입문을 지나 들어간 루브르 박물관은 정말 엄청난 규모였다.

작품도 굉장히 많아 한 사람이 마음을 먹고 그 안의 모든 작품을 다 본다고 했을 때 한 작품을 1분씩, 밥도 안 먹고 봐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미 퐁피두 센터와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다녀와서 만보 걸음을 채운 우리는 시간도 체력도 부족해서 작품을 잘 선별해서 봐야 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과 동선을 잘 설명해 준 앞선 관람객들의 블로그를 참고해서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도 생각보다 작은 모나리자에 실망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성수기에 비하면 사람이 적어 접근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곳 맨 앞에서 비교적 가깝게 모나리자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 후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 모양의 모티브가 된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과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리고 가장 완벽한 미의 표현이라는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 등 우리도 익숙한 작품들을 둘러봤다.


유명 작품들만 찾아다니며 봤는데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돼서 루브르 박물관을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이틀간 뮤지엄 패스를 알차게 활용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파리에서 이렇게 박물관/미술관을 다니고 특히, 마지막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고 인상 깊었던 건, 학교에서 야외수업을 나온 선생님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작품 앞에 둘러앉아 설명도 듣고 그림도 그리는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작품들이 가득한 미술관이 가깝게 있는 데다가 학생들은 입장도 무료라서 어릴 때부터 수시로 오가며 대가의 작품들을 접하는 수 있고, 획일화된 설명을 들어 예술을 어렵고 재미없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 본인이 보고 느끼는 걸 자연스럽게 그리고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파리의 학생들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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