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다시 8번째 나라, 2번째 도시
파리에 가자마자 한인마트에서 자제력을 잃고 밀키트를 포함한 한식과 한국 과자 등을 쓸어 담은 후(프랑스, 파리 1편) 더 이상의 쇼핑은 없을 거란 다짐을 했지만… 파리에서의 쇼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빵과 디저트가 유명한 파리에는 비싼 디저트 맛집이 아닌 까르푸(Carrefour)에만 가도 맛있는 간식이 많았다.
프랑스 기업인 본마망에서 나온 마들렌과 라즈베리 타르트가 너무 맛있어서 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여행 중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간식을 많이 사 먹지 않았던 우리인데 지나가다가 까르푸가 보이면 들어가서 몇 개씩 사서 쟁여두고 먹었다.
특히 라즈베리 타르트는 여행에서 돌아와 장을 보러 간 홈플러스 외국과자 코너에서 판매하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하도 사 먹어서 나중에는 질리기까지 했다.
또 파리에선 어디를 가도 쫀득하고 맛있는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더니 맥도날드에서까지 마카롱을 팔아 우리도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디저트 맛집에서 먹는 마카롱 정도의 맛인데 금액도 저렴해서 만족도가 높은 게 파리에 살았으면 날씬한 파리지앵 사이에서 혼자 살이 쪄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파리에 여행 가는 한국 사람들, 특히 신혼부부는 꼭 간다는 몽쥬약국에 우리도 구경 삼아 가보기로 했다.
아예 발을 들여놓질 말았어야 하는데 구경이나 하자하고 들어가서 화장품 가격들을 보는 순간 내 안의 구매욕이 확 올라왔다.
여행 중에 색조 화장은 안 하더라도 매일 세수를 하고 토너와 로션을 바르니 기초화장품은 필요한데 기왕이면 저렴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약국 바구니에 이것저것을 담기 시작했다.
평소 내가 쇼핑을 즐겨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사는 편이라 처음엔 정말 필요한 것만 사겠거니 하고 내 옆에 가만히 있던 남편이 100ml가 넘는 바이오더마를 5개까지 골라 넣는 모습을 보더니 날 말리기 시작했다.
저렴한 금액과 별개로 우리에겐 다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인데 떨어지면 조금 비싸더라도 다음 나라에서 사는 게 낫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를 하지 못하다가 더 많이 사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진짜 필요한 것만, 그것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들은 개수를 줄이고 립밤처럼 부피도, 무게도 적게 나가는 물건들은 좀 더 넉넉하게 담았다.
계산할 때쯤 신혼부부들이 택스 리턴 받을 금액까지 계산해서 몇 봉지가 되도록 사담은 걸 보고 좀 부러워졌고, 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좋은 물건도 개수에 한계를 두고 사야 하는 게 장기 여행의 유일한 단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또 한 번의 쇼핑은 남편의 운동화 구매였다.
여행을 시작한 지 8개월째, 남편의 하나뿐인 운동화 바닥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발이 직접 지면에 닿는 게 아니라 비 안 오는 날 걸을 때는 아직 괜찮다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남편이 비 오는 파리에서 양말이 점점 젖기 시작해 안 되겠다며 운동화를 사겠다고 했다.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파리의 백화점을 지나는 중에 남편이 홀리듯이 안으로 들어가 운동화를 이것저것 보면서 신어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파리는 크리스마스 할인을 안 해줘서 남편이 정가로 신발을 구매하는 걸 고민하길래 다음 행선지인 독일은 크리스마스 할인을 많이 해준다 하니 그때 사자고 말했지만 파리에선 많이 걷는 여행 중인데 발이 불편하니 남편은 아무래도 그냥 구매하고 싶어 보였다.
결국 큰맘 먹고 운동화를 구매했고 독일에서 같은 신발을 30% 할인해서 판매하는 걸 발견하기 까진 아주 만족하며 신고 다녔다.
나도 독일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걸 보자마자 속이 쓰렸지만 비 오는데 구멍 난 신발로 더 고생하지 않아도 됐고, 덕분에 마지막 날까지 야경을 보며 에펠탑과 센강 주변을 원 없이 걸으며 파리에서의 여행을 잘 마무리했던 걸로 위안을 삼았다.